유럽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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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소국 헝가리가 유럽연합(EU)을 쥐락펴락 중이다. 헝가리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도 보류됐다.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EU 27개국 수반들의 유럽이사회가 열렸다. EU 가입을 신청한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 개시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EU 합류가 헝가리 국익에 어긋난다며 거부해왔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와 가입 협상 시작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결국 오르반은 회의장에서 잠시 이탈해 나머지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협상 개시 결정을 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헝가리는 앞으로 4년간 EU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500억 유로(약 70조 원)의 추가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EU는 법치주의 위반으로 헝가리가 받을 300억 유로를 3년간 동결했다. 우크라이나 가입 협상 개시를 헝가리가 비토하지 못하게, 이 가운데 102억 유로를 지원한다고 정상회의 직전에 발표됐다. 헝가리는 이후 가입 협상 개시를 허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용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아직 받지 못한 예산 198억 유로를 당장 내놓으라는 것.
오르반은 2010년 총리가 된 후 4번 연임을 하며 헝가리를 비자유주의 국가로 확 바꿔 놓았다. 그가 이끄는 포퓰리스트 보수주의 정당 피데스(Fidesz, 시민동맹)는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해 총리가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해왔다. 집권 후 그는 개헌을 단행,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로 제1당에 유리한 선거법을 제정했다. 판사 임명을 행정부의 통제 아래 뒀다. 또 친정부적 기업들로 하여금 언론사를 인수하게 했고, 정부를 비판하는 독립 언론을 통제했다.
지난 9월 이 칼럼에서 폴란드의 망가진 민주주의를 다뤘다. EU는 회원국의 법치주의 위반을 제재할 수 있으나 만장일치가 필요하기에 헝가리와 폴란드가 번갈아 가며 서로에 대한 제재를 거부했다. 결국 EU가 코로나19 대처용으로 만든 경제회생기금 7,500억 유로(약 1,000조 원)의 운영은 법치주의 준수와 예산 지원을 연계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르반은 EU와 대립각을 세우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금지에 동참하지 않았다. EU의 외교안보정책은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가 허용되기에 헝가리는 이를 활용했다. 헝가리의 총선은 2026년에 예정돼 있다. 헝가리의 EU정책 변경 가능성이 낮기에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순탄치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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