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어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됐다. 여당이 정치 경험이 일천한 한 장관을 내년 총선을 이끌 사령탑에 일사천리로 앉힌 것은 여태까지의 모습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한 장관의 당면 목표는 여당 혁신을 통한 총선 승리일 것이다. 그래야 정권 출범 이후 여권이 외쳐온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고, 한 장관도 다음 정치 행보를 내디딜 수 있다.
여당이 혁신을 서두르게 된 원인이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사실을 한 장관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추대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검찰 출신인 자신에게 제기된 우려를 기우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한 장관은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비대위 과정에서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28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응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장 선임과 공천 최종 결재권자가 된 만큼 인적 쇄신을 주도해 여당 혁신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영남 중진과 비윤석열계 사이에는 검찰과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인 '찐윤'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를 불식하기 위한 공정한 공천 기준 마련과 새로운 인물 영입이 없다면 공천 반발에 따른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갈등 조정이 핵심인 정치에 발을 들인 만큼 한 장관이 야당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한다. 국무위원 시절엔 국회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날 선 발언으로 보수층의 환호를 받았다. 야당의 인신공격성 공세에 대응했다손쳐도 상대와 같은 잘못된 방식으로 되받는 것은 "5,000만 국민들의 문법을 쓰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과 상충된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전후 '검사 대 피의자' 관계로 비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도 필요하다. 여야 정치 복원과 중도 확장 경쟁을 위해서도 정제되고 신중한 언행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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