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식 종목당 보유액 50억 원까지는 아무리 차익을 많이 거둬도 양도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 혼인∙출산 부부는 세금 없이 3억 원까지 증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1년 더 연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유례없는 세수 펑크 속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는 감세 정책들이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이 ‘부자 감세’는 아니라고 한다.
현행 소득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율이 일정 수준 이상(코스피 1%, 코스닥 2%)이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한다. 정부는 어제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서 대주주 금액 기준을 50억 원으로 5배나 높였다. 당초 검토했던 30억 원보다도 더 커졌다.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 신고 인원은 7,045명으로 전체 주식투자 인구(약 1,400만 명)의 0.05%에 불과했다. 감세 혜택을 입는 건 ‘큰손’ 수천 명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이 조치가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구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연말에 처분한 주식을 연초에 대부분 다시 사들인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이뿐이 아니다.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부부가 양가에서 최대 3억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안을 의결했다.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 최저세율인 10%를 물리는 구간도 현행 6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두 배나 늘렸다. 다음 달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는 내년 5월까지 유예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고, 가업상속을 원활케 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를 대지만 한결같이 혜택을 입는 건 부자들이다. 이게 부자 감세가 아니면 누굴 위한 감세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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