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천문학자이자 인기 유튜버인 궤도가 방송에 출연해 “하룻밤에 전 세계 어린이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 썰매의 속도”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산타의 선물 배달 시간을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 8시간으로 가정할 때, 지구 자전 방향으로 돌며 배달하면 시차 효과 때문에 32시간의 배달 시간이 주어진다. 선물을 배달할 집을 기독교 가정 중심으로 산정하면 9,180만 가구여서, 1초당 822.6가구를 방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썰매 속도는 초속 1,050㎞, 소리보다 3,000배 빨라야 한다.
□산타의 이런 ‘미션 임파서블’을 돕는 든든한 도우미가 등장했다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배달 자동 로봇과 드론이다. 영국 런던 북서쪽 소도시 밀턴 케인스에서는 작은 여행가방 크기에 바퀴 여섯 개 달린 자율주행 로봇들이 보도로 오가는 것이 2018년부터 일상 풍경이 됐다. 핼러윈에는 호박으로, 성탄절에는 루돌프로 분장해 주민들을 기쁘게 한다. 미국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이 로봇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500만 건 이상 배달했다.
□하늘을 날기도 한다. 미국 드론 배송회사 집라인은 2016년 르완다에서 드론으로 혈액과 의료품을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아프리카 다른 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 식료품이나 음식 배달로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2013년 야심 차게 드론 배달을 시작한 ‘프라임 에어’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자율주행과 드론을 통한 배달 사업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로봇 배송이 일상이 될 전망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함께 건국대 서울캠퍼스와 서울 방배동 일대에서 자율주행 로봇 ‘뉴비’의 배송 테스트를 10월 말까지 진행했다. 개발자는 뉴비가 “복잡한 도심에서도 장애물을 피하고, 눈과 비가 내려도 안정적으로 배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년 성탄절부터는 아이들이 선물을 싣고 캐럴과 함께 현관 앞에 도착할 로봇과 드론을 기다리느라 잠 못 드는 풍경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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