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근로기준법의 연장근로 합산기준을 일(日) 단위가 아닌 주(週) 단위로 해석하면서, 이틀 연속 21.5시간씩 몰아치기 근무의 길을 터줬다. 노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보완 입법 등이 시급해 보인다.
최근 대법원은 하루 8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합산해 주 12시간이 넘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달리, 총 근로시간이 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해석하는 판결을 내렸다.
근기법 53조 1항은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근기법 50조에서 규정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 합산 조항으로 봤다. 이 경우, 휴게시간(근무 4시간당 30분)을 제외하면 하루 21.5시간씩 이틀 연속 근무하고, 3일을 쉬는 형태가 가능하다. 게임업계 등에서 ‘크런치 모드(몰아서 일하기)’가 되살아나고 불규칙한 근무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근기법 조항을 문구 그대로 해석한 측면이 커서, 사법부를 탓할 순 없다. 하지만 근기법의 전체 취지를 보면, 분명 보완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 ‘탄력근로제’를 규정한 51조를 보면 노사 합의에 따른 연장근로라도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3개월이 넘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근로자에게 연속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일반 연장근로에서도 ‘몰아 일하기’의 길이 열린 만큼, 하루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보장도 필요하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뒷받침한 합리적 판결”이라며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 조문을 해석한 것인 대법원 판결이 바람직한 근무 형태를 제시한 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판결에 따른 현장 혼란과 부작용이 없도록 후속 조치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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