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9개월과 5개월 된 중성화된 암컷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고양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애교쟁이에요. 저한테도 자주 놀아달라고 다가와 얼굴을 비비고, 혼자 독립적으로 잘 놀기도 합니다. 그런데 둘째 고양이는 사람보다 첫째 고양이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고민입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면 둘째가 자다가 일어났을 때 첫째가 안 보이면 계속 웁니다. 초반에는 첫째를 찾으러 다니다가, 지금은 몸이 뚱뚱해져서 움직이지도 않고 첫째가 올 때까지 계속 울기만 해요. 전에는 자주 울지 않아서 불편함이 없었는데요. 최근들어 심하게 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계속 찡찡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둘째의 울음소리 때문에 새벽에도 몇 번씩 잠을 깨서 힘든 상황입니다. 그나마 제가 반응이라도 해주면 멈추는데요. 새벽에 자다가 깨면 화가 나서 엉덩이를 손으로 가볍게 때리거나, 소리 지르는 횟수도 많아지네요. 저도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잘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입니다. 둘을 분리해놔야 할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엔 둘째가 사람과 유대관계를 형성해야 되는 시기에, 첫째랑 합사해서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두 아이들과 하루 빨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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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첫째 고양이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울어대는 둘째 고양이 때문에 새벽에 잠을 못 이루시는 집사분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고양이는 저녁과 이른 새벽에 활동하는 것이 본능입니다. 고양이 집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새벽녘 고양이 때문에 잠이 깨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활력이 넘치는 어린 고양이들은 밤에 울어대면서 집사를 깨우는 경우가 흔한데요, 원인은 집사의 ‘관심을 구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가 우는 이유
그런데 이번 집사분이 보내주신 사연은 밤에 우는 일반적인 아깽이와 살짝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둘째 고양이는 뚱뚱해서 움직이지는 않고, 첫째 고양이가 자리를 비울 때 주로 우는 모습을 보이죠. 이 경우 의심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분리불안’입니다. 특히 너무 일찍 엄마 고양이 곁을 떠난 어린 고양이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관찰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불안감이 있는 고양이들은 혼자 남겨졌을 때 울거나 이상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기만 하고 제대로 된 사냥 놀이나 활동을 잘하지 못해 살이 찌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리불안으로 우는 고양이를 위한 솔루션
사연 속의 고양이가 정말 불안감 때문에 이렇게 울어댄다면, 과연 집사가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양이를 더 이상 불안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는 고양이가 혼자 남겨졌을 때도 불안하지 않도록,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숨숨집이라던가 켄넬이 대표적인 공간인데요. 이런 답변을 드리면 "어, 우리 집에는 숨숨집이 아주 많은데요!"라고 하시는 집사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숨숨집의 위치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빈번히 다니는 곳에 있거나, 입구가 사람들에게 너무 훤히 드러나는 곳에 있는 경우가 많죠. 이런 위치라면 고양이는 그 안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이 경우 몸집에 딱 맞는 박스에 구멍을 뚫어서 '고양이가 집안을 잘 관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시야에는 너무 개방되어 있지 않은 공간'에 놓아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위치에 숨숨집이나 켄넬 등을 배치하는 것도 좋죠. 단, 고양이는 새로운 물건을 바로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장소를 두 군데 정도 마련해 주세요. 이후 대략 2주 정도 관찰하면서 고양이가 선호하는 장소를 파악해 봐야 합니다.
불안감이 큰 고양이라면 만족스러운 은신처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숨숨집에 숨은 상태로도 계속 언니를 찾을 수 있는데요. 이때는 은신처에서 혼자 잘 있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집사가 알려줘야 합니다. 즉, 고양이가 은신처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면 잠시 기다렸다가 쓰다듬어 주고 손톱 크기 정도의 작은 간식으로 포상해 주세요. 고양이가 점점 잘 기다리게 된다면, 포상까지의 시간을 늘려가면서 교육해 줄 수 있답니다.
또 고양이가 은신처에 있을 때 퍼즐 장난감에 사료 알갱이를 숨겨 찾아먹도록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양이가 이렇게 밥을 먹는 동안 불안감을 잊을 수 있는 동시에 은신처에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퍼즐 장난감을 제공해 주는 방법은 고양이의 불안한 감정을 둔감화시킬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집사와의 좋은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분리불안으로 우는 고양이 교육법
고양이와 좋은 관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일들을 집사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와 놀아주고, 놀아준 뒤 밥을 줘서 포상해 주고,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과 간식(포상)을 주는 겁니다. 반면 부적절한 꾸중은 독이 됩니다. 특히 불안감에서 시작된 문제행동의 경우 집사의 꾸지람이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우는 행동을 그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증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답니다.
반대로 ‘얕은 꾸짖음’은 고양이에게 잘못된 포상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요.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이 싫은데, 울기만 하면 집사가 곁에 와주고 있으니까요. 집사분은 나름대로 고양이를 혼내고 있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가벼운 꾸짖음 보다는 자신의 울음에 집사가 와 주는 것이 더 반가울 수 있습니다. 최근에 고양이의 행동이 강화된 것 역시 부적절한 대응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야간에 우는 경우에는 힘드시더라도 모르는 척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너무 심한 경우에는 에어 스프레이나 물총 같은 것을 '살짝' 쏴서 고양이가 잠시 울음을 멈추도록 해주세요.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포상해 줘서 ‘조용히 잘 있으면 포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앞서 설명한 대로 고양이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특히 이런 방법을 잘못 사용하면 고양이는 집사를 두려워하게 되고, 더욱 첫째 고양이에게만 깊은 애착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고양이가 안정감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꾸려주고, 혼자 잘 지낼 때 포상을 해주는 방법인데요. 어찌 보면 이런 방법은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같이 너무 원론적인 대답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혼내면 기죽은 표정을 짓고 칭찬받으면 기쁜 티가 나는 강아지들과는 달리, 고양이의 표정은 늘 한결같아서 내 교육이 먹히고 있나 의구심이 들 때도 많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1~2달 정도 노력하면 고양이가 눈에 띄게 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집사가 진득함을 가지고 노력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새벽잠을 잘 못 주무셔서 너무 힘드시겠지만, 얼마간 노력하시면 많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집사분이 이런 방법을 열심히 해봤는데도 고양이의 행동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동물병원에 가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수 있고, 불안감이 병적인 원인으로 유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아직은 어린 연령이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행동학적 약물 등이 불안감을 줄이거나 교육 효과를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도 저를 비롯한 온 가족의 잠을 깨우곤 했었는데요. 잠을 설치는 집사분의 고충이 얼마나 크실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집사분도 꿀잠 주무시고, 고양이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편안한 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집사분과 고양이들의 행복한 묘생 기원하면 이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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