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아름다운 건 웃음이다. 아침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게 할까 고민한다.”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애니메이션 대표가 1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왔을 때 했던 말이다. 그의 남다른 익살은 남녀노소 누구나 키드득대며 웃게 하는 ‘슈렉’과 ‘쿵푸팬더’를 낳았다. 웃음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카젠버그의 드림웍스는 일터이자 놀이터일 것이다. 그 회사 이름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꿈 공작소'이니까.
새해 목표를 말 줄이기와 웃기로 정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어린 시절 일요일이 기다려졌던 이유 중 하나는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를 볼 수 있어서였다. 구봉서, 배삼룡, 곽규석, 서영춘 등 (지금은 모두 작고한) 쟁쟁한 코미디언들이 배꼽을 잡고 웃게 해주었다. 방송이 끝난 후 웃기는 장면을 따라 하면 식구들이 더 크게 웃어 참 좋았다.
껄껄껄! 깔깔깔! 식구들 웃음소리가 우리 집 낮은 담을 타고 골목 가득 흐르면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내가 코미디언이 안 된 걸 지금껏 몹시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웃을까. 중국 사람들은 하하(哈哈) 허허(呵呵) 웃는다. 일본에선 쾌활하게 웃는 소리를 가라카라(からから) 게라게라(げらげら)로 표현한다. 태국은 숫자 ‘55555’로 웃음소리를 나타낸다. 숫자 5를 뜻하는 태국어 발음이 ‘하(haa)’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굴 표정, 소리에 따라 웃음을 표현하는 말이 많다. 눈웃음, 입웃음, 코웃음, 목웃음, 얼굴웃음, 입술웃음은 기본이다. 큰소리로 시원하게 웃는 너털웃음, 볼살을 움직여 얼굴 표정을 지으며 웃는 살웃음, 마음에도 없이 겉으로만 웃는 겉웃음, 여러 사람이 함께 웃는 뭇웃음, 염소처럼 채신없이 웃는 염소웃음엔 독특한 말맛이 있다.
어디 이뿐이랴. 웃음의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시늉말을 보면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된다. 상그레·성그레·생그레·싱그레·쌩그레·씽그레는 눈웃음 짓는 모습이다. 입으로는 방그레·방시레·방글방글·방실방실·상긋방긋 웃는다. 해죽해죽·쨍긋쨍긋은 얼굴웃음을 그린다.
어린아이가 귀엽게 웃는 모습인 앙글방글은 글자만 봐도 사랑스럽다. 입을 작게 벌리고 소리 없이 예쁘장하게 웃는 모양인 봉싯봉싯 역시 아이의 앙증맞은 표정이 떠올라 절로 미소 짓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크고 환하게 웃는 함박웃음이다.
올해도 한국일보 독자님들이 환한 마음으로 활짝 웃으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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