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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우크라이나 휴전의 유혹

입력
2024.01.0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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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낮아진 서방의 우크라 지원 열기
섣부른 휴전 유혹보다 추가 지원이 필요
북한 독재 초래한 6·25 휴전 돌아봐야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11월 헤르손 탈환 1주년을 기념해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설치하고 있다. AP 뉴시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11월 헤르손 탈환 1주년을 기념해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를 설치하고 있다. AP 뉴시스

다음 달 24일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된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들은 휴전에 대한 기대를 노골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난민 사태, 세계 식량 공급망 축소, 기름값과 물가 상승 등의 악재는 세계 시장 및 정세를 계속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진영의 전쟁 피로감은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이미 1,130억 달러어치의 군사, 경제, 인도주의 지원을 쏟아부은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추가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CNN의 지난해 8월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71%가 신규 무기 지원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6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군사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선되면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 트럼프 정부 2기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대신 휴전협정이 우선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최근 개최된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무조건 지키겠다는 평소의 입장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 50%를 이미 수복했다는 말을 해 휴전협상 논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자아냈다.

뉴욕타임스의 한 최근 기사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지난해 9월부터 "복수의 외교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물론 지난해 11월 27일 푸틴이 무려 70%나 증액된 2024년도 국방예산안에 서명하면서 전쟁에 대한 자신의 강한 의지를 과시한 사실과는 대조되는 보도다. 70% 증액된 러시아 국방예산은 1,575억 달러이다. 러시아 전체 예산의 39%를 차지하는 액수다. 병사가 모자라 죄수까지 동원하고, 무기·탄약이 부족해 북한 김정은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구걸하다시피 한 푸틴이 과연 언제까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유진영의 국가들은 지금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고 휴전을 논하는 약한 모습을 보일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필요한 살상무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푸틴을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 교착상태가 한국전의 휴전 배경과 비교되는 분석이 요즘 자주 논의돼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전쟁의 경우 휴전 결과가 지금의 성공한 대한민국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도 이젠 완승을 포기하고 한국이 했듯이 주어진 영토범위 내에서 자유와 번영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왜냐하면 70년 전 내린 미국의 판단이 김일성 독재체제 존속을 용인하면서 결국 반쪽 성공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인도범죄와 대량살상무기가 만연한 '김씨왕조'의 북한을 봤을 때 정전협정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미국이 이승만 대통령의 충고를 들어 추가 희생을 감내하고 공산 세력을 압록강까지 몰고 갔다면 그 결과는 분명 지금의 현실보다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국제사회는 어설픈 휴전의 유혹에 빠져 푸틴을 또 크림반도 합병 때와 같이 용인할 것이 아니라 6·25 교훈을 삼아 우크라이나전을 진정한 자유진영의 승리로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전 때 놓친 공산독재 국가들의 연대에 쐐기를 박을 기회를 또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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