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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정치의 폐해

입력
2024.12.18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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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
총장 퇴임 직후 정치 입문이 비극의 시작
퇴직 검사의 정치, 일정 기간 법적 제한해야

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윤석열을 체포하라, 검찰한테 뺏길거냐'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 '윤석열을 체포하라, 검찰한테 뺏길거냐'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검사 출신 정치인의 한계와 위험성을 극명히 드러낸 사건이다.

검사의 DNA는 정치와 거리가 멀다. 검사는 법과 증거를 기반으로 과거에 일어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며,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직업이다. 반면, 정치는 본질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상황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독창적이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MBTI로 비유하자면 검찰은 ISTJ, 정치는 ENFP에 더 가깝다고 할까?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일약 스타가 된 윤석열 검사는 검찰총장이라는 지위에 오르자마자 조국 수사, 검찰개혁 문제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총장의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전격 단행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적법절차를 위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윤 총장은 두 차례의 직무 정지를 겪은 뒤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을 통해 다시 총장직에 복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2월 17일께 되레 추 장관이 코너에 몰려 사직하게 된다.

2021년 3월 3일 윤 총장은 돌연 대구지검에 방문해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라는 소위 '부패완판' 발언을 하는데 윤 총장이 이때쯤 정치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했는지 모르겠다.

같은 날 퇴근 무렵 필자는 당시 대검 차장으로부터 "윤 총장이 내일 사퇴할 것 같다. 검사장들이 사의를 만류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윤 총장에게 "사표 쓴다는 이야기가 도는데 임기를 지켜야 한다. 검수완박 반대를 위한 동력이 무너진다"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길에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는 정치적인 수사(修辭)를 남기고 사직하기에 이른다.

급히 대검으로 달려간 몇몇 검사장들과 대검 참모들은 총장실에 모여 "검수완박을 막기 위해 재야에서 노력해달라, 혹시라도 정치는 절대 하지 마시라"는 고언을 건넸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개월 후인 2021년 6월 29일 윤 전 총장은 정치입문을 선언한 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해 대통령에 당선됐고, 급기야 2024년 12월 14일 탄핵소추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어쩌면 검찰총장이 퇴임 후 바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탄핵이라는 비극은 예정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검찰총장이 검사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되는 순간, 검찰조직은 생명과도 같은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조직으로 전락한다. 경계로 삼던 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윤 총장과 대척점에 있던 검사들도, 윤 총장의 측근이던 검사들도 퇴직하자마자, 또는 퇴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정치인으로 변신해 친정인 검찰을 공격하거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대다수 검사들은 못난 선배들로 인해 “폐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검찰의 신뢰 상실은 단순히 정치인으로 변신한 퇴직 검사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변질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퇴직 검사의 정치입문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10년 정도는 제한하는 것이 어떨까? 3년 내지 5년의 기간은 오염된 조직이 건강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검사가 정치에 뛰어드는 순간 권력과 법치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검찰이 정치와 분리되지 않는다면, 수사는 영원히 '권력 투쟁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고, '정치구호로서 검찰개혁'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꼴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김후곤 변호사·전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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