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떤 식물로 인사를 드릴까 생각을 한참 했습니다. 처음엔 청룡의 해를 맞이해서 이름에 용을 뜻하는 식물이 떠올랐습니다. 꽃도 아름답고 뿌리가 귀한 약재인 '용담(龍膽)'은 보기도 좋고 무엇보다 유용한 일들이 가득하라는 축복 같았습니다. 남보랏빛 꽃송이가 용의 머리를 닮은 '용머리'도 후보군에 올랐습니다. 줄기가 구불거리는 '용버들'은 용이 승천하듯 그렇게 일이 잘 풀리라는 의미로 내심 꼽아봤습니다.
그러나 멋진 새해의 용의 식물들을 두고 제가 고른 식물은 '연영초(延齡草)'입니다. 우선, 나이를 연장해주는 풀이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하고, 지난해 유난히 갑작스런 지인들의 부고를 여럿 접하다 보니 세상에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도 건강하게 오래 삶이 이어지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맑고 깊은 숲속에 고귀한 꽃 한 송이 피워낸 아름다운 연영초 한 포기를 새해 인사로 올리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인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영초는 혈압을 다스리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지혈 등 여러 효과가 있지만 다른 백합과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따라야 합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기 위해서는 항상 관리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영어이름은 버스루트(Birthroot)라고 하는데 출산을 돕는 성분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연영초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학명에서 찾았습니다. 연영초 집안 식물을 통칭하는 속명은 트릴리움(Trillium)입니다. 3을 뜻하는 트리(tri)와 백합을 뜻하는 릴리움(Lillium)의 합성어인데 연영초를 한번 보면 단번에 왜 이 이름이 붙여졌는지 절로 알게 됩니다. 큼직한 세 장의 잎이 마치 신부의 부케를 만들듯 돌려나고 그 가운데 우윳빛 꽃이 한 송이 피어나는데 꽃잎도 세 장, 꽃받침도 세 장, 이들이 어우러져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해까지 불운이 겹쳤다면 올해만큼은 원하던 일이 잘되어 아름다운 꽃처럼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이라는 새해 축하의 말을 연영초로 대신 전합니다.
숲에서 연영초를 만나면 마치 숲이 가장 정갈한 꽃 한 송이를 내게 건네는 듯합니다. 이 특별한 꽃 한 송이로 인해, 우리 꽃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분의 삶에 찾아든다면, 그래서 그로 인해 초록 행복이 시작된다면, 새해에 이 꽃이 드리는 참으로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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