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정거장이라고들 해요."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자신처럼 세종시 정부 부처, 서울 여의도 국회 등을 드나드는 사람들 사이에 산업부 관계자들을 위로하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했다.
사상 첫 '3개월 장관' 때문이다. 4일 물러난 방문규 전 장관이 산업부를 책임진 건 딱 107일. 국민의 정부 시절이던 1998년 3월 '산업자원부'라는 이름을 단 이후 6개 정부의 장관 스물한 명 중 그는 가장 짧은 임기를 지냈다.
산업부 내부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방 전 장관 지명을 알리며 "규제 혁신, 수출 증진 등 산업통상자원 분야 국정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밀어붙였다.
산업부 구성원들은 방 전 장관을 도와 열심히 청문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던 산업부 식구들에게 슬픈 별명만을 안겨주고, 스스로 3개월 장관이라는 이름표를 단 채 떠났다. 또 다른 대관 담당자는 "장관이 저리 쉽게 바뀌는 것만으로도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며 "특히 이번 교체는 장관 개인이나 부처의 잘못 때문이 아니지 않았나"라고 언짢아했다.
재계도 충격을 받았다. 산업부 장관은 기업 관련 정책을 다루는 부처 책임자다. 모든 기업 활동이 정부 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 기업들에 대통령실은 석 달 만에 장관 교체로 답했다. 그것도 총선에 여당 후보로 출마시키기 위해서. 방 전 장관은 맞장구치듯 현직 장관 신분으로 1일 총선 예비 후보나 하는 출판기념회 안내문자 메시지를 뿌려 비판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앞서 비공개 차담회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프렌들리 하게 돕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듣고 재계 인사들에게 기업 프렌들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기업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정부 정책을 예측 가능하게 해주고, 기업 혼자 해결하기 힘든 숙제를 외교 등을 통해 함께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모습은 이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한 달 전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성과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과의 협력 강화를 자랑했지만 이 회사의 최첨단 장비는 삼성전자 경쟁사인 미국 인텔이 가져갔다.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정했는데 기아 제품이 빠졌다. 현대차그룹 측은 진즉 정부에 적극 대응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경제·세일즈 외교는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교"라며 "새해에도 일자리 외교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재계는 벌써부터 '설마 또 총수들이 동행해야 하나'라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해엔 2030 엑스포 부산 유치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특별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 모든 기관과 전문가들이 올해 경제도 긴 터널 속에 있을 것이라며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지금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건 사생결단하듯 위기에 맞서 싸울 1분 1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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