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베트남에서 시범 가공 시작
가공·판매 중국서 동남아로 바뀔 듯
일본이 ‘효자 수출품’인 가리비 가공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긴다. 중국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반년 넘게 이어지자 동남아시아에서 ‘우회로’를 찾는 분위기다.
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베트남 탄니엔 등에 따르면, 일본 푸디스와 에비스쇼카이 등 주요 해산물 도매업체는 8일부터 베트남에서 훗카이도산 가리비 시범 가공을 시작한다.
가리비는 한 해 수출액 8,000억 원이 넘는 일본의 최대 수산물 수출 품목이다. 그간 일본은 중국 허베이성, 산둥성에서 가리비 껍데기 벗기기 등 작업을 진행한 뒤 이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했다. 2022년의 경우 훗카이도산 가리비 50만 톤 중 14만 톤이 껍데기가 붙은 채 냉동 상태로 중국으로 보내졌고, 이 가운데 절반이 미국에 팔렸다.
그러나 중간 공정을 맡아온 중국이 지난해 8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대응 조치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가공·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후 훗카이도 냉장 시설에 가리비가 8m 높이까지 쌓이는 등 재고가 넘쳐나고, 어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중국 외 대체 판로 개척을 위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각국 문을 두드려왔다.
일본 수산물 업체들은 우선 베트남에서 가리비 20톤을 시범 가공한 뒤, 계약 물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중국의 수산물 금수 조치 이후 자국 내에서 직접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적지 않은 데다, 인력 자체도 충분하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게 현지 매체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직원 인건비가 일본의 20~30%에 불과한 만큼 (일본에서 베트남까지) 운송비를 감안해도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을 대신할 해외 가공지 마련 움직임이 본격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수산업계는 태국으로 가공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산 가리비 가공·판매망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동남아는 가리비 가공 이외에도 일본산 수산물 주요 수입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5일 각료회의에서 2025년까지 태국과 베트남에 각각 24억 엔(약 218억 원)과 5억 엔(약 45억 원)어치의 일본 수산물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협력 5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훗카이도산 가리비가 만찬장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세안 각국 정상들에게 “(가리비가) 맛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연락해 달라. 바로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판촉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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