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로서 송년을 보내고 신년을 맞으며 피해 갈 수 없는 관문이 있다. 신문의 송신년을 장식할 메인 사진 취재다. 송신년을 준비하며 지난 한 해는 어떤 일이 있었고 다가올 새해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미리 예측해 이미지로 담아내야 한다. 송신년 사진 준비는 마치 영화의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상투적인 표현, 또는 특정 상태나 상황에서 대체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 같다고 할 수 있다.
송신년 사진은 한 해를 관통할 포괄적인 메시지가 담기면 더욱 좋다. 데스크를 보며 찬찬히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참 많은 사건 사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전세사기 피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폭우로 인한 오송 참사, 서이초등학교 사건으로 밝혀진 무너진 교권, 불특정 다수를 향한 흉기난동 사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기억을 더듬다 보니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다. "나쁜 뉴스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어떻게 잘 포장해서 독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할까" 부서 구성원들이 모여 고민을 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그중 다수의 의견이 모아진 몇 가지 이미지를 준비했다. 취재를 가서 기상상황이나 현지 사정으로 인해 사진취재를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몇가지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
의견이 정해지고 어떤 의미를 담을지 또 그 의미를 담기 위해 사진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임무를 받은 부원들은 날씨 현장 상황 등을 살피며 출장을 떠난다. 그렇게 결과물이 뚝딱하고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나에게 두드려 맞기 전까지'라고 남긴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올랐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변화무쌍한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야심 차게 도착한 현장에 해가 뜨지 않는다던지, 현장 출입에 제한이 있다던지 변수가 항상 생겼다. 그럴 때마다 현장기자들은 1안이 안 되면 2안으로, 2안이 안 되면 3안으로 임기응변을 발휘했다. 때로는 추운 날씨와 싸우며,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에 홀로 남아 외로움을 견디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일보의 송년호 이미지들이 하나둘씩 탄생했다. 우리 부원들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보다 더 훌륭한 결과물들이 나와서 부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행복했고 이번 한 해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는 안도감도 느꼈다.
신년호를 장식할 이미지 준비도 송년호와 비슷했다. 2024 갑진년에는 중요한 어떤 일이 있을지를 고민하며 지난해를 반성하고 좀 더 희망찬 메시지를 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진취재를 했다. 신년호 역시 고생도 많았지만 좋은 결과물이 있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신문에 송신년을 이미지로 장식하는 국가는 몇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신문사진의 '클리셰'이다. 하지만 사진기자로 일하며 한 해를 '꼼꼼하게' 되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 한국일보의 송신년을 맞이하셨을 독자분들도 사진을 보며 보람차고 행복한 한 해 계획을 설계하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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