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바이드리히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
책 '지긋지긋한 사람을 죽이지 않고 없애는 법'은 묻는다. 죽이고 싶을 만큼 짜증 나는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느냐고. 뜨끔하다. 대놓고 말할 순 없지만, 관계에 치이다 보면 한 방울의 인류애마저 사라져버리는 순간이 있다.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제목으로 눈길을 끌더니 부제로 쐐기를 박는다. '개자식을 멀리하는 것은 건강에 이롭다'고. 지긋지긋한 사람으로부터 해방되고 건강도 좋아지는 걸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책에는 저자 '안드레아 바이드리히'와 동명인 주인공을 포함해 여덟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함께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숫가 호텔로 여행을 떠나는데, 알고 보면 안드레아의 또 다른 친구 찰리와 그의 상담사 폴이 준비한 실험적 여행이다. 이들은 폴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몇 가지 상징물을 고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완벽함을 요구하며 괴롭히던 어머니,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업계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상사, 불안감만 안겨주다 잠수를 타버린 애인... 각자 인생 난이도를 최악으로 만든 지긋지긋한 관계를 고백하며 분노를 쏟아내고, 서로를 헐뜯고, 다독거린다.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죽이고 싶을 만큼 싫은 '그 사람'을 떠올리다 마주하게 된 사람이 '피해자'가 된 자신이라는 것. 관계의 굴레에 빠져 상대로부터 상처받을까 봐, 홀로 남겨질까 봐, 자신이 하찮은 사람일까 봐 두려워했던 자기 자신 말이다. 이를테면 완벽한 모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압적인 어머니에게 억눌려 살아온 한 인물은 어머니의 말을 그대로 내면화했다. 평생 자기가 형편없는 사람은 아닐까 불안에 떨던 그는 자신이 어머니라도 된 양 남편에게 완벽함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집안일이 서툴다며 비난하고 불평을 일삼았다. 자신에게 만족하는 법을 몰랐기에 남을 칭찬해 주는 법도 몰랐던 것이다.
살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관계 강박'에 빠져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맞출 수도 없는 과녁에 활을 쏘지 말라"는 책의 조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내 인생에서 지긋지긋한 사람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법의 본질은 '도망치기'가 아닌 '벗어나기'다. 그러니 평생 나를 옭아매는 사람이 아직 마음속에 있다면 지금은 옷장을 정리하듯 그 관계를 정리할 때다. 지긋지긋한 옷을 버려야 마음에 드는 새 옷도 채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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