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국내 증시에 가상자산 거래 허용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불허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야당이 “금융위 유권해석은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여당도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대 흐름”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도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러 관심을 보였다. 이후 금융위는 “거래금지가 아니라 보류”라고 했다가 “처리 방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입장이 바뀌는 모습이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추진하는 만큼 가상자산 규제 완화는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선을 의식해 개인투자자 환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계산으로 서두르는 건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주식 시장 왜곡 우려에도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고, 과세 형평성 논란과 여야 합의 파기를 무릅쓰고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조치를 강행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수용은 불가피한 대세로 보인다. 특히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결제 기술의 혁신은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 완화는 자칫 금융시장 안정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가상자산은 근본적으로 내재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위험자산이다. 미 SEC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이 “암호화폐 자산 증권을 승인할 의향은 아니다”라며 투자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블록체인 전문가이기도 한 개리 갠슬러 미 SEC 의장은 비트코인을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및 기타 범죄에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더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월가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이 상품을 다루지 않는 이유도 같다.
이런 위험 자산에 대한 규제 완화를 금융 혁신과 구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요구한다고 쉽게 허용할 사안이 아니다. 금융 시장이 다른 시장과 구분되는 것은 혁신보다 안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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