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 ‘게임의 법칙’이 아직도 안갯속이다. 비례의석(47석) 배분방식은 물론 후보들이 뛸 운동장인 선거구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에 선거제·선거구를 확정해야 하지만 매번 늦어졌다는 이유로 ‘깜깜이 선거’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오랜 카르텔과 직무유기로 참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은 유권자가 분노할 일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있는 입장을 내달라”며 “총선이 86일 남았는데 룰미팅(선거제도 협상)을 안 하면 국민은 무슨 기준으로 선택하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선거제 개편의 열쇠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3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취지로 지난 총선 때 도입됐지만, 제도 허점으로 인해 ‘위성정당’ 꼼수를 탄생시켰다. 이에 따른 선거제 개편 필요성은 민주당에서도 제기됐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작년 11월 “선거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서 민주당 기류가 달라졌다. 이 대표가 총선승리를 위해 자신의 대선공약인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을 접고 사실상 ‘병립형’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병립형은 정당득표율만큼 산술배분해 거대정당의 기득권이 커지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은 어려워진다. 애초부터 병립형을 주장한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엔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은 속히 입장을 정하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범야권 비례연합정당’ 구상을 두고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실익을 반영할지 골몰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자체가 국민참정권이 당리당략에 볼모로 잡힌 꼴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정치신인들이 선거구와 제도를 모른 채 불공평한 운동장에서 뛴다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이다. 늦어질수록 제3세력 신당을 견제하겠다는 ‘몽니’일 뿐이다. 이 참에 선거제 개편을 현역 의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국회 밖 전문가들이 기구를 구성해 공개 논의·확정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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