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우위 트럼프 압승… 디샌티스도 선전
막판 ‘지상전’ 헤일리, 중도 소극성 극복 실패
뉴햄프셔도 이변 없으면 사실상 레이스 종료
‘참여·토론’ 코커스 현장, 민주주의 원형 보존
아이오와주(州)의 혹한 속에 치러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첫판의 승부를 가른 요인은 지지층 충성도였다. 기세 좋게 치솟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지지율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조직력으로 다진 탄탄한 득표 기반이 없었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고전이 예상됐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조직력으로 2위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방심은 금물… 노련·치밀해진 트럼프
1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포크카운티 43, 44구의 디모인 센트럴캠퍼스 강당. 섭씨 영하 20도의 추위에도 눈밭과 빙판길을 달려온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 유권자 151명이 모여 있었다. 제가끔 마음에 담아 온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혹한을 뚫고 참여한 자리였다.
헤일리 전 대사의 적극 지지자 아내와 함께 온 존 타일러(65)는 “트럼프의 업적이 마음에 들지만 완전히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런 스파이셔(62)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시대는 간 것 같다”고, 페그 타일러(67)는 “오늘 밤 가장 큰 내 목표는 트럼프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은 후보 지지자별 연설을 듣고 투표에 참여했다. 집계 결과 이곳에선 헤일리 전 대사 지지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낡았다는 핀잔과 별개로 코커스는 참여와 토론이라는 민주주의 원형이 보존된 현장이었다.
이번 코커스 투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초 목표대로 2위 주자를 30%포인트 격차로 멀찌감치 따돌린 것은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쓰린 기억이 있다. 낙승 전망이 지배적이던 2016년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 당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일격을 당하고 2위로 내려앉는 바람에 한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홀했던 표 단속에 공을 들였다.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견인할 ‘코커스 캡틴(주장)’을 뽑아 책임을 지운 게 대표적이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득표로 2인자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조직력 덕이다. 아이오와 99개 카운티를 모두 돌면서 바닥을 훑었던 게 주효했다.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기본적으로 적극성이 떨어지는 온건 보수층과 중도층이 다수인 지지 기반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런 악조건에 막판 포개진 악재가 날씨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6년 18만7,000명에 달했던 코커스 참가자가 이번에는 10만~1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리라 예측하며 “아이오와 역사상 가장 추운 코커스 날씨가 유권자의 (투표 참여) 용기를 꺾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햄프셔 승부 걸어야 하는 헤일리
23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진행되는 뉴햄프셔주에 헤일리 전 대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도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경선 레이스가 끝난다는 게 중론이다.
아이오와의 경우 배정된 대의원 수가 전체(2,429명)의 1.6%(40명)에 불과한 데다 백인이 90%가 넘는 인종 구성도 일반적이지 않다. 반면 당적 없는 무당파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뉴햄프셔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뉴햄프셔는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보다 무당파가 더 많다. 헤일리 전 대사의 2위는 확실한 분위기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아이오와 경선 직후 뉴햄프셔를 건너뛰고 2월 경선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는 뜻이다.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도 줄인 상태다. 여기에 ‘반(反)트럼프’의 선봉 노릇을 하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중도 하차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물론 공화당 전체 경선 판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세 분위기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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