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택 중에는 아파트가 가장 많다. 절반 이상의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20대만 보면 사정이 다르다. 20대 4명 중 3명은 다가구, 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등 아파트가 아닌 곳에 거주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한 청년층이 부모 도움 없이 아파트에 거주하기에는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교나 직장이 가깝거나,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확보된다면 주거비 부담이 큰 아파트보다 도시형생활주택, 빌라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청년세대에게 도심 내 비아파트는 가성비 높은 주거 선택지인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비아파트 공급이 최근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비아파트 건물 인허가는 작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전세사기 여파도 있겠으나, 과거 시장 과열기에 주택 구입 및 보유 관련 세금 부담을 급격하게 높이면서, 비아파트까지 구입 허들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실제 거주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아파트는 임대 수익을 얻기 위해 주로 구입한다. 집을 한두 채 가진 사람들이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금부담이 커지면서 비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신규공급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다주택자가 2억 원짜리 신축 빌라를 구입하면 취득세만 최대 2,400만 원이 넘는데,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한 선의의 조치였겠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시장에서는 비아파트 공급까지 줄어들었다. 귀해진 신축 빌라의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소득이 높지 않은 청년세대는 신축보다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구축으로 몰리게 됐다. 집값을 잡기 위해 무분별하게 강화된 수요억제 규제가 오히려 임차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의 약 80%는 민간에서 공급하고 있다. 취약계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공공임대 공급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으나, 민간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임대주택이 공급되려면 다주택자가 건전한 주택 공급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유도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은 시장원리에 의해 신규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비아파트를 몇 채 더 사더라도 취득세나 종부세가 중과되지 않으면 수요가 살아나고 공급도 자연스레 회복될 것이다. 이번 공급 대책이 발표만으로 그치지 않고, 청년세대에게 든든한 주거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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