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허위 스펙’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최근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지 1년 8개월 만에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정작 의혹의 실재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국제학술지에 실었다는 논문들의 내용과 형식이 과연 고교생이 쓴 게 맞냐는 의문이 쏟아진 데 비하면 김 빠지는 결과다.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을 경찰은 새겨듣기 바란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8일 한 위원장 부부와 딸 A양의 업무방해 등 혐의를 결론 내면서 해외 웹사이트 에세이 표절, 봉사활동시간 ‘2만 시간’으로 부풀려 봉사상 등 수상, 전문개발자가 제작한 앱을 직접 만든 것처럼 제출 등 모든 논란을 종결지었다.
관련기관들의 ‘미응답’이 불송치의 근거란 점은 국민 상식에 비춰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무기력한 경찰이었나. A양은 두 달 만에 여러 주제의 논문 5개를 저널에 발표했고 1년 만에 영어로 된 전자책 10권을 출판했다. 논란의 일부만 살펴보면 A양이 학술지 ‘ABC Research Alert(ABC)’에 게재한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의 경우, 케냐 국적의 대필작가 벤슨(Benson)이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저널 측에 ‘심사규정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했다. 앱 개발자에게 200만 원을 건넨 의혹도 주관단체가 개인정보보호를 사유로 자료제공을 거부해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신이 안 왔다면 독촉하고 밝혀내는 게 수사 아닌가. 피의자 소환이나 압수수색도 없이 접는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조국 사태’ 이후 국민은 ‘유력부모 찬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대학 입학에 부모의 막강한 인맥과 능력이 개입하면 ‘공정성’ 화두로 연결된다는 점은, 조국 일가족 수사를 이끈 한 위원장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주장해온 윤석열 정부에서 나온 경찰 조치는 두고두고 거론될 것이다. 한 위원장이 국민에게 성실히 설명하는 게 당당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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