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근 위즈덤하우스 본부장이 서재에서 뽑은 책 한 권
'바갈라딘' 별명 지어준 은인 고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
편집자주
로마시대 철학자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몸과 같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어떤 사람들은 집의 방 한 칸을 통째로 책에 내어주는 걸까요. 서재가 품은 한 사람의 우주에 빠져들어가 봅니다.
"새내기 편집자 시절 실습으로 첫 책을 만들었는데 그때 참고하려고 읽었던 책이에요. 책과 관련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점이었죠. 활자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깊을 수 있다는 걸 일깨워준 책이었어요."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본부장이 소장한 2만 권의 책 중에서 단 한 권의 책을 고를 때 떠올린 것은 '초심'이었다. 그가 꺼내 든 책은 지난해 12월 작고한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교수의 '디아스포라 기행'. 편집자로 출판계에 입문한 박 본부장이 첫 책 작업에 앞서 읽은 참고문헌이다.
스스로를 재일조선인이라 칭한 서 교수는 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조선인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식민주의, 국가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남겼다. 특히 '디아스포라 기행'은 일본 밖 세계 곳곳에서 만난 또 다른 디아스포라의 흔적으로, 출간 당시 조용한 입소문을 일으키며 울림을 남겼다. 박 본부장은 "'디아스포라'라는 개념도 생소했거니와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 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감각을 불러일으켰다"고 떠올렸다.
책이 출판의 첫 마음을 상기시킨다면, 서 교수는 박 본부장을 출판계에 널리 알린 애칭 '바갈라딘'을 지어 준 은인으로 기억된다. 성씨 '박'에 그가 10여 년간 몸담았던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결합한 이름은 당시 성공회대 교환교수로 한국에 머물던 서 교수가 우연한 기회에 지어 준 별명이다. 박 본부장이 알라딘에서 인문분야 상품기획자(MD)로 막 일을 시작했을 때였다. "사람이 떠나면 책도 쉽게 잊히잖아요. '디아스포라 기행'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필요하고, 의미가 적지 않은 책이에요. 오래오래 호명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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