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공자(孔子)도 지극히 어리석고 못난 자는 교화를 포기했다. 한 날 길가에서 용변을 보는 사내가 있었다. 그를 불러 호되게 꾸짖자 사내는 부끄러움에 머리를 감싸 쥐고 도망쳤다. 얼마 후, 이번엔 한 사내가 길 한가운데에서 용변을 보고 있었다. 공자는 뜻밖에 제자들에게 그 사내를 피해 가자고 했다. 제자들은 길 한가운데에서 싸는 정작 더 나쁜 자를 외면하는 이유를 여쭸다. 공자 왈, “전자는 그래도 부끄러움이 있지만, 이 자는 아예 수치심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요컨대, 교화가 먹히지 않을 자에게 공연히 애쓸 필요 없다는 말씀이었던 셈이다. <논어>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 ‘하우불이(下愚不移·아주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관련 고사라고 한다. 우리 정치판이 비판조차 헛되게 느껴질 정도의 막장 무례로 오염된 지 오래다. 막말과 인격모독, 비열함이 이젠 의정현장을 넘어 경계선도 없이 번지는 추세다.
▦ 두 달여 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후 악수를 청하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앉은 채로 악수를 받으며 뜬금없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다름 아닌 본인이 그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까지 했다. 말이 통할 수준이 아니어서 못 본 척 넘어갔다. 질책을 삼간 많은 사람들도 ‘하우불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에 ‘개딸’이 호응하고, 총선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안 돼서 그런지 최근엔 모방행태까지 불거졌다.
▦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벌어진 강성희 진보당 의원 사건 얘기다. 강 의원은 참석자들과 악수하던 윤 대통령의 손을 놓지 않고 느닷없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느니, “국민들이 불행해진다”며 언성을 높였다. 경호팀은 손을 놓으라고 경고했고, 대통령과 이격한 뒤에도 계속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일으키자 그의 몸을 들어 행사장 밖으로 퇴출시켰다. 영상만 봐도 경호팀으로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할 ‘돌발적 국면’으로 판단할 만했다. 진보당은 “입법부에 대한 모독”이라지만, 대통령에 대한 강 의원의 심각한 무례와 ‘위험한 일탈’을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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