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 대응을 두고 대통령실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충돌하는 양상을 빚고 있다. 어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 위원장은 즉각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내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공개했다. 여당 비대위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김 여사 문제로 다시 혼란에 빠진 모습은 볼썽사나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까지 겹쳐 정치적 중립 문제도 불가피해졌다.
한 위원장은 취임 후 김 여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여론 압박에 지난주 "국민들이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80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패가 걸린 수도권의 위기론을 감안하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여사 논란을 무시에 가까운 침묵으로 일관해온 대통령실과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김 여사가 '함정 몰카'의 피해자라는 대통령실 주장만으로는 국민들을 온전히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관련 보도에 대해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시스템 공천' 의지를 강조하면서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 논란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이 최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알리자, '사천' 논란이 불거진 사실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이 '명품백 사과'를 강하게 주장해온 점에서 대통령실 해명은 옹색해 보인다.
이번 충돌은 공무원의 당무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대통령실은 정확한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대통령실이 당대표 진퇴를 좌우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김기현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했다. 김 대표는 임기 내내 '용산 출장소'라는 오명 끝에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수직적 당정관계에 따른 민심 이반이 작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귀결된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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