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우주 시대 (New Space Era)'가 활짝 열렸다. 우주 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은 각종 위성 및 발사체 신기술, 우주 탐사 로드맵 등을 선보이며 발 빠르게 2024년 새해를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SpaceX)를 필두로,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Blue Origin) 등 민간 발사체 회사들의 과감한 행보도 주목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과학기술의 진보는 늘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일으켰다. 철, 종이와 문자의 발견이 그랬고, 증기기관의 발명이 그랬으며, 정보망의 보편화가 그랬다. 우주 기술 개발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으로 진화했다. 우리가 왜 우주로 나가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는 철 지난 선문답에 불과하다.
우주 강국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우주정책을 수립하고 20년 이상 꾸준히 우주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우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우주 기술 확보에 도움이 된다면 냉전시대부터 지속된 우방국, 적국의 정치적 지형을 재편하는 것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우주개발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생존의 문제이자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이 때문에 민관 협력을 통해 모든 국가의 역량이 총동원돼야 하며, 때로는 과해 보일 수 있는 규모의 예산과 인력 확충, 정부의 노련한 외교적 행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주강국과의 기술, 산업 격차를 좁히는 데 힘쓰고 있다. 해외 우주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우주개발 행보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4년은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남을 특별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우주항공청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그 설립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고, 누리호의 3배가 넘는 성능을 발휘해 달 탐사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도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고유 기술이나 경쟁력이 무엇인지 냉정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와 인재 초빙 및 양성, 그리고 이를 위한 예산 확보만큼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민간을 중심으로 '신 우주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자유롭게 해석하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 누구나 두려움 없이 혁신적인 우주 스타트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토양을 마련하고 기업들이 도전적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가 밀어주는 민관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이 신 우주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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