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라는 새로운 공교육 시스템의 전면 실시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아무리 잘 짜인 정책이라도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들은 혼란이나 오해를 야기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장 전문가 확충이 시급하다. 학생의 교과선택권 확대가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만큼 세밀한 진로교육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맞춤형 설계가 현장 전문가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2,100명의 전문교사를 양성한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학생들의 교육과정 설계를 도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 필자는 2020년 서울시교육청이 서울대에 위탁 실시한 해당 전문교사 양성과정(CDA·Curriculum Design Advisor) 1기생이지만,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대상 범위 확장과 인원 확충을 통해, 전문가에 의해서 학습자 중심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설계가 가능하도록 구현해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 확보도 필요하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은 평가영역에서 정성적 부분의 평가가중치 중요도가 높아지므로, 신뢰의 문제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학기 초 교과협의회와 교사 간 협의과정을 통해 평가 영역과 항목, 평가 가중치를 수치화 객관화하고 이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평가 이전에 공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공정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 필자와 같은 교사들의 내부적 관점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학교나 교육청 내부자들이 만든 평가계획에 대해 아무리 절차적 완벽성을 주장해 봤자 학교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오해만 커지고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만 커져갈 것이다.
이에 따라 형식적인 수업 공개나 획일적 형태의 학부모의 날 행사보다는 학부모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제도적으로나 프로그램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강남 대치동의 한 입시컨설팅 사교육 전문가는 "사교육은 학부모들의 공포와 학생들의 고생을 먹고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아무리 좋은 교육 제도라고 하더라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책임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함께 가야 할 대상으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도 교사를 책임 교육의 전문가로 인식하고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과 같은 학교 당국은 새로운 교육 풍토가 조성될 수 있는 자원과 제도의 확립에 도움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교육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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