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선거를 앞둔 명절은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이 나누는 시국과 정치인 평가가 직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설 명절에도 가족들 사이에서 두 달 남짓 남은 총선 승패 예측이 주요 화제가 될 것이다. 이때 전문 용어를 적당히 섞어가며 조리 있게 의견을 피력한다면, 차례상 대화의 중심인물이 될 수 있다. 속성 족집게 과외를 시작해 보자.
□경제는 늘 집권당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소련과 동구 공산권을 무너뜨린 업적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실패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희생자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지표를 소개했는데,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와 소득 상황 그리고 물가 3요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거 직전의 상황이지, 집권 기간 전반의 평가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소득 상황은 투표 직전 2분기 증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한국 상황에 접목시켜 보자. 소득 상황은 가계 실질소득으로 알 수 있는데, 지난해 2분기 3.9% 하락으로 최악의 상황을 보낸 후 3분기 0.2% 증가해 5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4분기는 아직 발표가 안 됐지만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2개월 연속 상승하며 낙관적으로 전환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2.8%로 안정적이다. 중동 정세 악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경제지표는 여당에 유리해 보인다.
□선거의 묘미는 그래도 늘 다른 변수가 작동한다는 데 있다. 우선 여야 양대 정당 모두 총선 이슈 선점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세운 ‘86 운동권 청산’은 야당의 ‘정권 심판’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야당도 이재명 대표의 부정 평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선거 두 달을 앞두고 양당 모두 무당파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지표 개선 효과가 과연 집권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선뜻 판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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