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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준 선물?”... 바이든 고령 리스크 다시 불붙인 특검의 기억력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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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준 선물?”... 바이든 고령 리스크 다시 불붙인 특검의 기억력 지적

입력
2024.02.12 17: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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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시절 기밀 유출 보고서 후폭풍
한국계 로버트 허 “장남 숨진 해 몰라”
백악관 불쾌감, 트럼프는 형평성 시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부통령 퇴임 때 기밀 문서를 무단 반출한 혐의로 특별검사 수사를 받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형사 기소를 피했다. 하지만 다행이라 여길 수만은 없다.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지 않은 이유로 ‘기억력 쇠퇴’를 꼽은 탓에, 4년 더 대통령직을 맡기엔 그의 나이(만 81세 3개월)가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논란도 다시 불붙었기 때문이다.

“탈선” “정치적 동기”… 파상 공세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된 특검 보고서의 후폭풍은 나흘째인 11일에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밥 바우어는 11일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궤도를 벗어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기억력 나쁜 노인’이라는 보고서의 바이든 대통령 규정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도 이날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서 “불필요하고 부정확하며 부적절한 개인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고의로 기밀 자료를 빼냈다는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한 로버트 허(51) 특검은 그가 기소될 경우 재판에서 자신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 없는 노인”으로 묘사할 수 있고, 배심원단이 이에 동조할 공산이 크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다. 실제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직 시기(2009년 1월~2017년 1월), 장남 보 바이든의 사망 연도(2015년)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연일 파상 공세다. 당장 보고서 공개 당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 기억력은 괜찮다”고 반박했다. 장남 사망 시점을 몰랐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감히 그것을 거론하느냐”며 불쾌감도 드러냈다. 9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했고, 10일엔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바이든) 아들의 죽음을 이용해 (허 특검이) 정치적 점수를 따려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공화당 당적을 보유한 허 특검의 당파성을 비난한 것이다.


2022년 12월 21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택 차고 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기밀 문서 상자. 이 사진은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8일 공개한 수사 결과 보고서에 포함됐다. AP 뉴시스

2022년 12월 21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택 차고 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기밀 문서 상자. 이 사진은 로버트 허 특별검사가 8일 공개한 수사 결과 보고서에 포함됐다. AP 뉴시스


“기억력 언급, 법무부 내규 따른 것”

다만 빌미를 제공하는 이는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다. 끊임없는 말실수가 대표적이다. 4일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유세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 헷갈리더니 사흘 뒤 뉴욕 모금 행사 때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를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혼동했다. 특검에 반격하려 열었던 8일 회견 자리에서마저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했다.

과민 반응일 수도 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유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을 요구하는 법무부 내규가 기억력 문제 언급 배경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기소 여부 적절성을 냉정히 평가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한국계인 허 특검이 공화당원이긴 해도, 정치적 언행을 자제해 왔다는 평판을 듣는다고 WP는 전했다.

의도가 있든 없든 특검 보고서가 11월 대선에 호재가 아니라는 건 명확한 터라, 민주당은 걱정스럽다. 정치매체 더힐은 “일부 표현은 트럼프 캠프에 준 선물 같았다”고 9일 논평했다. 2016년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율 추락을 유발한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 결과 발표 사태의 데자뷔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버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렌지버그=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오렌지버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렌지버그=AFP 연합뉴스


미국인 86% “재선하기엔 너무 늙어”

여론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9, 10일 528명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선하기엔 바이든이 너무 늙었다‘는 응답률이 86%에 달했다. 지난해 9월 조사 때의 74%에서 크게 증가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51)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특검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공격하는 데 활용했다.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유세에서 정신 능력 시험지를 배포한 그는 11일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선 “고령이 되면 능력이 감퇴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진영은 형평성 시비를 제기했다.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명으로 “사법 당국의 이중 잣대와 선택적 기소가 확인됐다”고 비판했고, 11일엔 ‘친(親)트럼프’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이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바이든이 기소되지 않는다면 트럼프도 기소돼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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