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주 전력강화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4강전에서 탈락한 2023 아시안컵 결과를 돌아보고 대표팀 운영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다. 강하게 경질론이 일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거취 문제도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클린스만 감독은 불참 가능성이 높다. 회의 예고에도 귀국 이틀 만인 10일 거주지가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감독 없이 아시안컵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가 될 판이다.
감독 경질론이 거센 것은 전술이나 선수 기용 등에서 드러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찾기 어려운 그의 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시안컵 이전에도 잦은 국외 출장과 재택 근무 등으로 ‘근무 태만’ 비판을 받아왔다. “상주가 당연하다”던 작년 2월 부임 당시 발언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4강전 참패 뒤에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상대팀 감독 등과 인사를 나눴고, “한국에 돌아가서 결과를 분석하고 논의하겠다”던 약속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틀 만의 출국으로 뒤집었다.
근본 책임은 축구협회에 있다.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하는 데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작년 2월 감독 선임을 위한 회의 당일 클린스만 임명을 위원들에게 사실상 일방 통보했다는 절차적 문제도 지적된다. 그런데도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에 앞서 어제 사전 조율차 열었던 임원회의에 돌연 불참했다. 오죽하면 정치인들까지 나서 감독 경질을 주장하고, 시민단체가 정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겠나.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은 아직 2년 4개월 남아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교체 여부를 속히 결정해야 한다. 경질 시 위약금이 70억 원가량이라고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저렇게 당당한 이유일 것이다. 경질을 하면서 감독 귀책 사유를 조금도 묻지 못한다면 협회가 부실계약 책임을 지고 재발방지책을 내놓기 바란다. 만약 유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국내 축구팬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충실히 설명하고 추락한 신뢰 회복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어떤 식이든 협회가 하루빨리 결자해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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