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는 20년 이상 계속된 외교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냉전 당시 ‘남북 외교전쟁’ 시대는 지났지만 쿠바가 북한에는 중국·러시아 다음 가는 우호국이란 점에서 한국 외교의 상징적 성과로 볼 만하다. 쿠바와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과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대를 기반으로 ‘반미 형제국가’로 지내왔다. 쿠바가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과 해빙무드에 들어가면서도 북한과 우방관계를 외면하진 않았다. 결국 이번 일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북한의 외교고립 심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우리로선 중남미의 새로운 거점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힌 의미가 크다. 관광, 에너지, 기후변화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파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략적 성과로 작용하려면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현안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돼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이른바 ‘국경선’을 그어 군사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한국-쿠바 수교가 북한을 어느 수준으로 자극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쿠바에 적대적으로 돌아설 처지가 아닌 데다, 쿠바로선 일종의 실용외교 실천이다. 우리가 외교적 현상변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퇴로를 끊는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계속돼선 곤란하다. 우리로선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설 경우 북미 간 직거래 및 한국 배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쿠바가 남북접촉 재개의 중재역이 되도록 우리가 주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크다. 미국의 탐사전문기자 팀 셔록이 SNS에 “쿠바는 (대북)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쿠바 수교가) 아바나와 평양 사이에 사전 논의됐다고 확신한다”고 평가한 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쿠바 수교가 ‘북한 외톨이 만들기’나 대북압박 효과를 넘어 한반도 상황에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우리가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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