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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소청과 의사 "비난 힘들어…피부과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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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소청과 의사 "비난 힘들어…피부과 갈 것"

입력
2024.02.19 07:55
수정
2024.02.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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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민 세브란스 소청과 4년 차 '사직의 변'
"태교는커녕 컵라면도 제때 못 먹어"
"비난 견디기 힘들어…소청과 의사 포기"

지난 1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지난 16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집단 파업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대표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아예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민 의국장은 정상 근무하기로 한 4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사직하기로 했다. 김씨는 올해 가을 전공의 수료를 앞두고 있다.

17일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사직 편지'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 선택했고, 다시 선택하라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왔다"면서도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부족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큰 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꾸며 이젠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스스로를 두 아이의 엄마이자 임산부라고 밝힌 그는 "인력 부족이 극심해 임산부 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 차 전, 분만 직전 12주 전을 제외하곤 당직 근무에 그대로 임한다"면서 "태교는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런 필수 의료 붕괴 대책으로 정부가 제시한 의대생 증원에 대해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수가 많아지면 소청과를 지원할 의사도 정말 많아지겠나"고 반문했다. 파업이 벌어져도 증원 학생 수만 줄어들 뿐 필수 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씨는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을 더는 견디기 괴롭다"며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생계유지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돌볼 시간도 필요하다.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빅5 병원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16일 오후 기준 이미 23개 수련병원, 전공의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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