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일 등 주요국 의대 정원 확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2.6명 꼴찌
김윤 교수 "의사 파업, 직종 이기주의"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만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 중 인구 대비 의사 비중이 가장 낮다.
고령화 대비 의대 정원 늘리는 일본·독일 등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독일과 호주, 프랑스,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일본을 찾아 후생노동성과 의사협회와 면담한 결과를 살펴보면 일본 의대 정원은 2007년 기준 7,625명에서 2019년 9,330명으로 늘었다. 일본의사협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당시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협회에서도 반대는 없었으며, 지역 의료 인력으로 선발했던 것도 의사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독일도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독일은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씩 늘려 2022년 기준 1만1,752명이 됐다. 토마스 슈페텐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해 6월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과의 면담에서 "독일의 의대 정원이 충분하지 않아 연내 5,000명 이상 늘리고, 추가 증원을 논의 중"이라며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영국도 2020년 의대 42곳에서 8,639명을 선발했고, 2031년까지 1만5,000명까지 증원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등도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인구 대비 의사 비중 최하위... 연봉은 최고
외신들은 의사 수가 부족한 한국에서 의사들이 의대 정원에 반발하는 이유로 높은 연봉에 주목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가 2.6명으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가 인구 1,000명당 의사가 6.3명으로 1위였고, 스페인이 4.5명으로 2위, 스웨덴이 4.3명으로 3위였다. 한국은 2.6명으로 최하위인 멕시코(2.5명) 바로 위다.
반면 의사 연봉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통계(2022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중 봉직의와 개원의 임금 소득은 각각 19만5,463달러(약 2억6,000만 원), 30만3,000달러(약 4억 원)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한국은 선진국에서 인구 대비 의사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며 "하지만 한국 의사들의 보상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선진국 중에서 최고로 잘 버는 직종에 속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타임은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응답자의 76%가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부정적이라고 보는 비율은 16%에 불과했다"고 했다.
미국 ABC뉴스도 "한국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의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의대생 수를 늘리려는 여러 정부의 시도에 성공적으로 저항해왔다"고 비판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 "파업, 직종 이기주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독일의 경우 공공병원에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의사들이 많아 오히려 의사들이 업무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달라고 호소한다"며 "우리나라는 극단적 직종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거고, 과거 정부가 의사 파업에 무릎을 꿇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의사 이기주의를 더욱 키웠다"고 분석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공공병원이 많은 해외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경쟁 체제여서 의사가 너무 많이 배출되면 (수입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해외에서는 의사들이 너무 힘들다거나 보상이 제대로 안 된다고 파업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인력을 늘린다고 파업을 하고 있으니 명분이 없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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