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는 저탄소 및 무탄소 연료와 재생에너지, 탄소포집 기술 등을 활용해 선박의 항해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화하는 항로를 의미한다. 지난해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양 탄소중립 실현을 공식화하면서 녹색해운항로는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이 경쟁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 44개 녹색해운항로 구축계획 발표 중 최근 1년 사이 23개가 발표되는 등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국가 간 항해를 전제하는 선박의 특성상 녹색해운항로 구축과 운영 과정에서 검증된 기술이 새로운 친환경 산업과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미국과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대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본격화한 이래 호주, 싱가포르 등과 녹색해운항로를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해운, 조선, 에너지 산업 모두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규제 대응이 가능한 새로운 선박과 기자재를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데 녹색해운항로를 활용할 수 있다. 녹색해운항로를 통해 검증된 선박의 도입과 운영은 해운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에너지 산업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연료 활용이 전제되는 녹색해운항로 구축은 그린연료 공급망 구축에서 에너지 생산국 지위 확보 등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녹색해운항로 구축 과정이 우리 산업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험평가, 실증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을 위한 검증된 데이터가 확보될 수 있어야 하며 우리 기술이 국제 표준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친환경선박법 제정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540억 원 규모의 '친환경선박 전 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해양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서 그린연료의 해상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개발된 기술의 실용화와 법제도 개선을 위한 기술적 근거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시험평가 및 실증 기술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동북아 최대의 액체화물 터미널인 울산항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선박에 그린 메탄올, 바이오디젤 연료를 성공적으로 공급하고, 부산항과 협력해 그린연료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적인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 경쟁력 향상이라는 결실로 맺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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