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귀하면 선처, 안 하면 사법처리"
'단체 복귀'는 아직, 대규모 집회도 앞둬
환자 피해 확산에 '온건론'도 고개들지만
배신자, 따돌림 우려 탓 복귀 주저하기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지 8일째, 정부는 29일을 현장 복귀 ‘마지노선'으로 거듭 못 박았다. 연일 확산하는 '의료 공백'에도 전공의 다수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환자 피해에 더해 강경한 여론마저 누그러들지 않으면서 일부 전공의 사이에서 조심스레 복귀를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7일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 근무 이탈자는 8,939명으로 집계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오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선처하겠다는 말 같지만 바꿔 말하면 29일 이후엔 처벌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한 총리는 실제 미복귀자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방침도 언급했다.
정부의 강한 대응에도 복귀를 저울질하는 전공의들은 많지 않다. 전남지역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한 전공의는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돌아갈 마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간호사도 "전공의 일제 복귀보다 사태 장기화를 점치는 병원 내 분위기가 더 강하다"고 귀띔했다. 주요 대형병원을 출입하는 한 제약업체 직원 역시 "현장에 얼마 남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말 붙일 엄두조차 안 난다"며 "단체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다음 달 3일 2만 명이 참가(대한의사협회 추산)하는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도 앞두고 있어 정부의 로드맵을 따를 전공의가 적을 것으로 현장에선 보고 있다.
다만 파업 초기와 같은 투쟁 일색 목소리는 다소 잦아들었다. 특히 26일 대전에서 80대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진 사건이 대중의 공분을 사자, 일부 전공의가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업무에서 손을 뗐을 뿐, 병원과 환자 사정을 속속들이 전해 듣는 전공의도 꽤 있어 어느 정도 심경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복귀한 전공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세에 못 이겨 복귀를 머뭇거리는 전공의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직을 건 집단행동 와중에 홀로 병원으로 돌아갔다가 낙인이 찍힐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 한 대형병원 2년 차 전공의 A씨는 "돌아가고 싶어도 소문이 날지 모르고, 혼자 업무를 떠안을 수도 있어서 어찌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환자 피해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날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윤옥석(85)씨는 "남편 식도암으로 진료 예약을 하고 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타협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편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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