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지방의 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서 “이제야 이것을 시작하는가 하는 자괴심으로 송구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방 발전 대책인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른 첫 공사에서 김 위원장이 했다는 연설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정책 실패, 지연에 대해 내각을 질책하는 일이 드물게 보도됐으나 자기반성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내 북한 주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으로 올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됐다. 우리로 치면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인 셈이다. 김정은은 “중앙에 비해 지방이 뒤떨어지는 것은 너무도 오랫동안 어쩔 수 없는 상례이고 현실”이라고 언급한 걸로 봐서 북한 정권 수립 후 첫 지방 발전 전략사업으로 추정된다.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시멘트, 강재를 전부 보장하고 이를 조력할 북한군까지 특별 편성하는 등 정책 추진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은 공장과 시설을 번듯하게 갖추어 놓고도 원료나 자재 부족 등 이런저런 이유로 공장 가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당과 국가, 인민 앞에 죄악”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독려하고 성공의지를 드러냈다.
국제질서를 어지럽히며 수시로 군사적 도발을 강행해 온 북한이 경제 발전에 정책적 의욕을 보인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오랜 경제난과 함께 세계 최빈국 지위에 있게 된 데는 유엔 결의 위반에 따른 국제적인 제재와 폐쇄적인 체제가 그 배경이다. 중국, 러시아가 제재 회피의 뒷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들 또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적인 방향과 노선 전환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경제발전 전략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당 간부나 주민, 군대를 몰아세운다고 해서 경제가 일어나는 게 아니다. 폐쇄체제에서 국가적인 방향 전환에 성공한 베트남을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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