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정치적 흠집 내려 여론 공작 중"
젤렌스키, 당초 5월 임기 종료.. 대선 연기
"정권 정당성 논쟁으로 확산 피해야" 주문
전쟁 장기화 속에 집권 연장을 앞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려는 공작을 러시아가 준비 중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에 흠집을 내 국내 여론과 서방의 지지를 흔들려 한다는 경고다. 다만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그의 불안감이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 우크라 여론 분열·서방 지원 균열 꾀해"
3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러시아의 특수정보전 관련 첩보를 논의했다고 당시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정권의 정당성 논쟁으로 여론이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초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대선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3년째로 접어든 러시아와의 전쟁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발령 상태에선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5월까지였던 그의 임기도 자동 연장되게 됐는데,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회에서 적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를 노리고 정보전·심리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이다. 여론을 분열시켜 전쟁 의지를 꺾는 한편,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균열을 내려 한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역시 입장문에서 "대통령 원래 임기 만료 시점부터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민간과 군 사이,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들 간 갈등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소식통은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전선 부대 등 군 내부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전쟁 초기 지지율이 90%대에 달해 '구국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지난해 대반격이 실패로 끝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자신과의 갈등설이 불거졌던 '잠재적 라이벌'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경질한 게 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때 '구국의 영웅'이… 최근 지지율은 하락세
실제 지지율도 불안하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민 69%는 계엄령 해제 때까지 대선을 미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만약 선거가 치러질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선은 장담할 수 없다. 그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유권자 비율은 53%로, 지난해 12월 조사(59%)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반대로 '재선은 안 된다'는 응답은 직전(34%)보다 9%포인트 상승한 43%였다. 전시 체제하에서 대선 연기는 불가피하다는 게 다수 여론이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 자체는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국방정보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2년간 러시아군 사상자가 총 35만5,000명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983명꼴로, 개전 이래 가장 많았다고 한다. 영국 국방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물량 공세, 소모전 의지가 확실하게 반영돼 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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