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지역방송에서는 '할망바당'이라는 제목의 수중특별기획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푸르른 제주 바다에서 해녀들의 힘찬 물질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바닷속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방송에서 해녀들은 그날 물질로 잡은 소라를 보여주며 푸념을 했다. "바다가 하얗게 변해 30년 전과 비교해 반도 안 잡혀. 잡힌 것도 속이 하나도 안 찼어."
이처럼 해조류가 없어지고 그 자리를 석회조류가 뒤덮어 바다가 하얗게 사막처럼 변하는 갯녹음 현상은 이미 우리나라 동해안 연안의 60%, 제주도·남해안 연안의 30% 가까이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해양생태계 파괴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진 건강한 해양생태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풍부한 수산물을 공급하고,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소시킨다. 또한 낚시와 휴양의 문화적 혜택을 주고, 일차생산과 산란지 제공을 통해 바다에 사는 생물 전체를 지원한다. 국제 생태경제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연안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를 환산하면 연간 2,0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만 하더라도 경제적 가치가 연간 약 16조 원에 달할 만큼 귀중한 자원이다.
2000년대 중반 유엔은 생태계서비스 개념을 공식적으로 채택한 후 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바다의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고래, 물범, 산호 등 91종의 희귀생물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또한 해양생물다양성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고 바다가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해양생물다양성을 관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보전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준비 중인 대책에는 세계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을 포함한 해양보호구역 면적을 30%까지 확대하고, 고래를 비롯한 해양보호생물의 서식 특성을 연구하고 생물별 맞춤형으로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유해 해양생물 및 선박평형수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해양생태계 교란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국가해양생태공원을 조성할 것이다.
바다는 항상 그러하듯이 우리 옆에서 숨을 쉬고 있다. 우리 바다가 건강하게 숨을 쉬고 풍요로운 해양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책임과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해양수산부 역시 관리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돼 풍요로운 바다를 통해 해양 강국의 꿈을 이루고 후손들이 마음껏 바다를 즐기는 미래를 국민과 함께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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