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낮은 곳에 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대도시의 직장인 점심 풍경은 서울과 다르다. 서울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붐비지만, 워싱턴DC 시내 식당은 12시를 넘겨야만 손님들로 북적인다. 미국 직장인들은 공식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얘기다. 미국 직장인은 식사 속도도 빠르다. 서울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길거리 ‘푸드트럭’에서 10달러 미만의 음식을 간단히 먹거나, 사무실로 포장해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대신 퇴근 시간은 저녁 6시가 되면 엄격하게 지킨다.
□한국 직장인들의 특징은 국내 대기업 인사관리 담당자들의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의 평균 17% 정도를 사적 활동에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업무몰입도 현황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사 담당자들은 자사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 몰입도를 평균 82.7점(1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근무 시간의 17% 정도를 흡연·인터넷 서핑·사적 외출 등에 사용한다는 평가다. 하루 평균 8시간 근무 중 1시간 20분가량을 허비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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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우리 근로자들의 '사적 활동'이 높은 이유를 낮은 ‘업무 몰입도’로 설명했다. 그리고 정교한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을 몰입도 제고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된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성과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별도 관리가 필요 없다’고 응답한 기업의 몰입도는 평균 89.4점에 달한 반면, 근로자의 반발 등으로 거의 관리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74.4점으로 가장 낮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성과를 내려면 구성원의 업무 몰입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도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조직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관리 시스템 구축은 몰입도가 높아진 것에 따른 결과물이지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필요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몰입은 정교한 제도가 아니라, 개별 구성원이 자신의 목표를 기업·조직의 목표와 일치시킬 때 나온다. 이재명이나 한동훈 같은 정치인처럼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모처럼 낮은 곳으로 귀 기울이는 정치인처럼, 기업가들도 부하 직원들의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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