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특정 언론사를 지목한 뒤 1980년대 정부 비판 언론인이 현역 군인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사건을 거론한 데 대해 사과했다. 황 수석은 14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바로 ‘농담’이라고 덧붙였지만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커지자 이틀 뒤 입장문을 냈다. 그는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수석의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수 있는 점에서 짤막한 입장문 형식의 사과로 끝낼 일은 아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당시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 3명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군사문화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을 자택 앞에서 예리한 흉기로 찌른 시대적 비극을 가리킨다. 그가 이러한 과거를 소환한 건 MBC가 계속 정부 비판을 할 경우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 협박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언론계에 대한 경고일 뿐 아니라 일부 극단적 정부 지지층의 테러 시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걱정이다. 사회적 혐오를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할 시민사회수석이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건 용납돼선 안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 개혁신당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까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황 수석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 네댓 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배후설'을 제기한 것도 귀를 의심하게 한다. 대통령실 수석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의 철학과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황 수석의 언론관과 5·18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이런 시민사회수석을 그대로 두는 건 윤 대통령과 정부도 속내가 같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사과로 슬그머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