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0여 일 앞두고 대통령-대표 충돌 전례
2016년에는 '우세' 전망 뒤집고 여권 패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를 두고 충돌하면서 지난 2016년 여권의 '옥새 파동'이 회자되고 있다. 갈등의 표면적인 원인이나 양상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불과 총선을 1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힘겨루기 양상이 노출된 점은 공통적이다. 여권에서는 갈등이 심화될 경우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일부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로 내려갔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의중이 실린 친박근혜(친박)계 공천 작업에 김 대표가 반발해서 벌어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갈등의 정점을 찍은 뒤 김 대표는 친박계와 마라톤 회의 끝에 친박계 후보로 논란이 된 일부 지역 무공천으로 타협했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공천 국면에 본격 돌입하기 전까지, 흐름은 새누리당에 나쁘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도 새누리당의 우세를 점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에 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됐다.
2016년 당정 갈등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진박 감별 논란'에서 이어지는 계파 갈등 및 보수 분열 성격이 강했다. 반면 이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에 다시 고조되고 있는 신경전은 이 대사와 황 수석 등 대통령의 인사권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여권 1, 2인자인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충돌했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사실상 '미래 권력' 대 '현재 권력'의 갈등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요구"라며 "반면 윤 대통령 입장에선 (이 대사, 황 수석 등에게)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여기서 밀리면 완전히 미래 권력에 자리를 내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여당에 불리한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선거 국면에서 당정 간 파열음이 유권자들에게 좋게 해석될 리 없다"며 "어느 선에서 한 위원장의 요구를 윤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자체가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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