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5세 수컷 말티즈를 기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강아지가 평소처럼 밥을 먹던 중 갑자기 픽 쓰러지는 사건이 생겨서 사연을 보내요. 너무 놀라서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는데요. 강아지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깨어났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었어요.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온 뒤에도 행동이 이상합니다. 신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갑자기 눈을 끔뻑이며 잠들어버립니다. 병원에서는 기면증 같다고 하는데요. 강아지도 기면증이 있나요? 정말 기면증이 맞는지, 다른 추가 검사를 해봐야 할지 걱정입니다.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도 알려주세요. |
---|
A. 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사연 속 반려견이 기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서 걱정이 많이 되실 텐데요. 해당 증상을 봤을 때 두 가지 가능성이 생각됩니다. 첫 번째는 기면증, 두 번째는 심장병인데요. 먼저 기면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의심 질환, 강아지 기면증
기면증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수면상태에 빠지거나, 정신은 깨어있는 상황에서 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강아지 기면증 원인은 특발성(원인불명)인 경우가 있습니다. 또 신경 전달 호르몬의 문제, 면역계의 이상, 유전에 의해서도 기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전적인 소인을 가지고 있는 품종으로 푸들, 닥스훈트, 골든 리트리버 등이 있습니다.
기면증은 실신(쓰러짐), 넘어짐, 다리 풀림, 경련(발작), 낮에 잠을 더 자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이러한 증상이 기면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필요합니다. 다만, 기면증의 경우 확실하게 '기면증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여러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을 배제한 후 호르몬 수치(혈액검사)와 신경계(MRI), 심장 검사(초음파 등)에서 특이사항이 없다면 특발성 기면증으로 잠정 진단할 수 있습니다. 원인 불명의 기면증은 안타깝게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두 번째 의심 질환, 강아지 심장병
두 번째로 의심되는 질병은 강아지 심장병입니다. 심혈관계 질병이 있어도 사연 속 강아지처럼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인데요. 이는 단순히 엑스레이나 혈액검사로 발견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연 속 강아지가 실신 후 동물병원에서 기본 검진을 했을 때 정상으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폐성고혈압, 부정맥(불규칙한 심장 박동) 등의 심혈관계 문제가 있을 때 실신하게 되는데요. 이를 보호자분이 잠든 것처럼 생각하면서 기면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신이 가장 잘 나타나는 질병은 폐성고혈압입니다. *폐성고혈압이란 심장초음파 상에서 우심방(심장에 들어오는 피를 받는 곳)의 확장, 폐동맥판(혈액 역류를 방지하는 곳)의 역류가 확인되며, 혈압이 오르는 것을 말하는데요. 원인으로는 선천적(유전), 특발성(원인 불명), 좌심부전(심장병), 호흡기계 문제, 심장사상충 감염, 폐혈전색전증(핏덩이리가 폐혈관을 막은 것) 등이 있습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실신, 휴식하고 있는데도 숨을 헐떡이는 호흡수의 증가, 산책 시 가쁜 호흡, 숨 쉬는 것을 힘들어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다행히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심장초음파로 이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초음파 상에서 혈액의 역류 등을 확인한 후에 진단하게 됩니다. 진단 후에는 약을 처방하여 현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신하는 강아지를 위한 관리법
기면증 혹은 심장질환이 있다면 강아지가 또 쓰러질 수 있는데요. 해당 증상이 계속적으로 나타날 경우를 대비하여 환경 관리가 필요합니다. 강아지가 쓰러지면서 다치지 않도록, 화병 등 탁자에서 떨어질만한 물건이 있다면 꼭 치워주세요. 또 바닥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서 강아지가 갑자기 쓰러지고 눕더라도 머리 및 관절이 다치지 않게 신경 써주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상황이 일어나는 시간을 기록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지는 않는지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주기가 짧아진다면 악화되고 있는 것이므로 병원 내원이 필요합니다.
강아지가 쓰러졌을 때 대처법
아무리 환경을 관리해도 강아지가 또 쓰러지면 보호자분이 많이 놀라실 겁니다. 우선 보호자가 진정한 다음에 강아지의 멘탈(Alert, 초롱초롱한 정신 상태)을 체크해 주세요. 실신 및 발작할 경우 침 흘림과 소변 지림 등의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는데요. 이때 기도(호흡 통로)가 너무 내려가거나 올라가지 않도록 목을 받쳐주셔야 합니다.
또한, 강아지가 쓰러지고 정신을 못 차릴 때 깨우기 위해 설탕물을 먹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정신이 말짱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 안에 음식물을 넣으면 오히려 오연성 폐렴(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 폐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신을 차릴 때까지 체온 유지를 위해 따뜻한 담요로 감싸주고 목이 쳐지지 않게 받쳐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동물병원을 찾아 특별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한 번 쓰러진 후 자꾸 잠들어버리는 강아지의 사연을 함께 살펴보았는데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면증은 특정 검사가 없다 보니 다른 건강체크 및 심장병 여부를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아지가 또 쓰러지거나 이상 증세를 보인다면, 검사해서 원인을 파악하길 바랍니다. 또 이번에 알려드린 환경 관리법과 쓰러졌을 때 대처법을 잘 기억해 주세요. 그럼 부디 사연 속 강아지가 실신 증상이 줄어들고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