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어제 전격 사퇴했다.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킨 지 엿새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는 내주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두 사안이) 오늘 다 해결됐다”며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더 귀 기울이는 것만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사 문제가 조기 귀국으로 해결될 것이란 시각은 안이할 수밖에 없다. 여당 중진들조차 수도권 민심이 급격히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한 이번 사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경기선대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은 “(지지율) 15%, 10%가 하루, 이틀에 급락하긴 처음”이라며 “이 대사가 나라를 위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를 “고려할 방법”으로 규정했고, 최재형(서울 종로) 의원은 이참에 “이관섭 비서실장 교체부터 전면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사가 귀국해 '소환대기' 상태로 있게 된다면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를 속히 수사하라고 요구하지만, 공수처의 수사 진척은 본격 소환조사를 할 단계가 아니다. 소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자진 귀국해 지루하게 검찰 수사를 요청한 ‘송영길 2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때와 닮은꼴로 ‘여당의 기대’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여당 충돌'인 점에서 '1차 윤-한 갈등' 때보다 양상이 심각하다. 작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이 집권당에서 나오는 건 ‘총선 민심’ 때문이다. 본질을 봐야 해법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지금 민심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국방장관을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의도를 불신하고 있다. 용산발 악재인 이번 사태에 대한 여권 내 비판이 점차 대통령실으로 향하는 것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이 황 수석 문제와 같이 결단하는 게 여당을 돕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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