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번아웃에 사직 전 순직할 판"
25일 기점 교수들 사직서 제출 이어질 듯
전공의 안 돌아오고, 의대생 휴학은 계속
정부는 초강경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정부가 속전속결로 2025학년도 의과대학별 입학정원을 배정하며 '2,000명 증원' 방침을 못 박았지만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의대생은 계속 휴학 신청을 하고,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의대 교수는 오는 25일 집단사직에 더해 진료 축소까지 예고했다. 정부는 정원 배정을 의대 증원 정책의 '마침표'라고 하지만 의사들은 다시 뒤집을 수 있는 '쉼표'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의료 공백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환자들의 고통은 증폭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 25일 사직서 제출 현실화하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진료 및 수술, 다음 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 최소화를 결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을 확정한 전날 오후 전의교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처음 머리를 맞댄 온라인 회의에서는 이렇다 할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전의교협 차원에서 진료 축소를 결정했다.
전의교협은 환자를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언론 브리핑을 진행한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는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내기 전 교수들이 순직할 판이어서 응급실과 중환자에만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며 "정부를 향한 투쟁이 아니라 번아웃(심신이 지친 상태)이 돼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거의 모든 의대 교수들이 25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90% 이상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는 "자발적 사직은 현 상태에서 교수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라 전의교협은 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해결됐을 때 사직한 전공의 중 50%도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며 "10년 뒤 배출될 의사 1만 명을 위해 현재 있는 1만2,000명이 일을 못 하게 생겼고, 한두 달 뒤면 병원들은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계속되는 의료 공백, 커지는 환자 고통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쐐기'에도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집계한 전날 의대생의 '유효 휴학' 신청은 230건이다. 누적 신청은 8,590건으로 재학생의 45.7% 수준으로 높아졌다. 전공의들은 복귀 움직임이 전혀 없고, 이들의 집단행동으로 민간 병원에 이어 응급의료의 버팀목인 국립중앙의료원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의료계에서는 면허정지로부터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처벌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도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서는 다음 주부터 원칙대로 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할 것"이라며 "본인의 행위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고 밝혔다.
일부 의사들은 의대별 정원 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9월이 마지노선이라는 논리다. 그러자 교육부는 이날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가 인력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항은 대학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의대 정원 배분을 끝냈는데도 갈등이 지속되자 환자 단체들은 정부와 의사들을 비판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중증질환자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의대 정원 확정으로 강대강 대치가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희생을 환자에게 강요하지 말고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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