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저조, 후보자 부재로 선거 무산
"인력·예산 없는 비대위론 활동 역부족"
개인주의 확산 등 영향, "인센티브 필요"
"새내기인데 대학교 축제를 못한다고? 대학교 오면서 가장 기대한 건데 너무 아쉽다."
국민대 에브리타임
13일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매년 5월 열리는 축제(대동제)가 무산됐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감염병 사태 후 처음 개최된 지난해 대동제에 '(여자)아이들', '빅나티', '제시'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열띤 호응을 받은 터라 학생들의 아쉬움은 더 컸다. 재학생과 졸업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21학번인데 코로나로 학교 한 번 안 가보고, 복학하니 축제가 올해는 없다" "총학 있을 때 축제도 2번 하고, 농활, 국민대장정도 다녀오고, 재수강 기준도 오르는 등 변화도 있는데 왜 그렇게 욕했냐" 등의 토로가 줄을 이었다.
축제가 무산된 이유는 다름 아닌 총학생회에 있었다. 정식 총학이 꾸려지지 않고 비대위로 운영되다 보니 예산과 인력이 크게 부족했던 것이다. 국민대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자가 없어 지난해 12월부터 비대위 체제로 바뀌었다.
3월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총학생회 부재'가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총학은 학생들의 대표 자치조직이지만, 무관심과 대학사회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근근이 버티고 있는 비상체제로는 학생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어 한계에 부닥쳤다.
"총학생회 활동할 사람 어디 없소"
요즘 각 대학 총학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도 번번이 무산되고, 비대위 체제에도 재학생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유지 동력을 상실했다. 국민대 총학에 몸담았던 3학년 A씨는 "지난해 학생회가 30명 전후였는데, 현재 비대위는 27명으로 줄었다"며 "3명 감소는 한 개의 국이 사라지는 거라 운영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재실 근무, 기자재 대여, 휴게실 운영, 교칙 개정 등 지금껏 총학이 해온 수많은 업무가 비대위 체제에서 거의 멈췄다. 그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총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학생회비도 더 안 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대도 지난해 11월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투표율이 개표 기준(50%)의 절반밖에 안 돼 무산됐다. 이달 다시 연 선거도 입후보자가 없어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고려대도 투표율 저조로 선거가 취소돼 지난해 12월 말부터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규모 역시 54명으로 구성된 작년 총학생회와 달리 20명대로 대폭 줄었다.
비대위 체제가 잘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대표성이 부족한 탓이다. 전현철 서울대 연석회의 의장은 "직접선거로 뽑힌 총학은 그 자체로 대표성을 갖지만, 비대위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려 해도 학생 전체 설문조사 등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겨우 공약으로 만들어도 실천하기가 어렵다.
"스펙 도움 안 되는데 누가 희생을..."
총학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건 과거 운동권 투쟁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좁은 취업문 등 고단한 현실에서 대학사회에도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른바 '스펙'에 도움이 안 되는 학생회 활동을 꺼리는 것이다. 보통 단과대 대표나 동아리연합회장이 맡는 비대위 대표는 학업과 학생회 일을 병행해야 한다. 고려대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는 임현 사범대학생회장은 "단과대 공지도 해야 하고, 고정 회의도 있다 보니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건강에 무리가 왔다"고 걱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로 학생회가 학생들의 잦은 '타깃'이 되는 것도 참여를 주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대학생 임모(22)씨는 "희생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대접도 안 해주니 결국 아무도 일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이 공동체 결집보다 학위 습득 수단이 돼 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 대한 소속감마저 줄면서 학생회 활동이 더욱 위축된 것”이라며 "학생회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학 측이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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