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각 지역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게시를 지시했다가 몇 시간 만에 번복했다. 구태의연한 종북 프레임을 앞세워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이려다 중도층 이탈을 우려한 수도권 출마자들의 집단 반발로 철회한 것이다. 지지율 반전을 위해 필요한 외연 확장에 역행하는 이 같은 선거 전략은 여당 지도부의 상황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잘 보여준다.
국민의힘의 '범죄자' '종북' 현수막은 재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뿐만 아니라 구통합진보당 세력이 포함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겨냥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서 커지고 있는 총선 위기론의 원인은 민생보다 이념에 치우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다수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데 있다. 이러한 민심을 전달해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반영시키는 것이 여당의 역할인데, 오히려 대통령의 이념 타령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정권심판 여론을 부추기는 꼴이다.
총선 보름 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최경환 전 부총리(경북 경산)와 도태우 변호사(대구 중·남)의 무소속 출마로 흔들리고 있는 TK(대구·경북) 민심을 염두에 둔 행보다. 한 위원장은 중도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는 "당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의 '단결' 발언대로 보수결집엔 도움이 되겠지만 외연 확장엔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탄핵의 강'을 거스르는 행보가 다수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여권 위기의 본질은 총선의 캐스팅보트인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민생 해결책이나 정권심판론을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있다. 본질은 도외시한 채 관행에 기대어 이념과 지역정서 갈라치기를 통한 보수 결집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총선은 회고적 투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여당이 자랑스럽지 않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으니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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