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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과 ‘셰셰’

입력
2024.03.27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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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천 소청도 해상 불법조업 외국 어선 선원 흉기저항 장면. 해양경찰청 제공

인천 소청도 해상 불법조업 외국 어선 선원 흉기저항 장면. 해양경찰청 제공

지금 서해는 '전쟁 중'이다. 꽃게 등 봄 성어기를 맞아 연평도와 북방한계선(NLL) 해역, 전라도와 제주도 해상으로 몰려온 불법 조업 중국 어선들은 하루 평균 100여 척씩 목격되고 있다. 해경이 출동해도 단속은 쉽지 않다. 이들은 우리 해경의 정지명령에 순응하는 대신 줄행랑을 치기 일쑤다. 추격해 배에 오르려 해도 쇠창살과 갈고리를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한다. 이중철문으로 돼 있는 조타실까지 제압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지난 5년간 사망하거나 다친 해수부 공무원은 순직 3명 포함 45명, 해경은 12명이다. 해경이 해군, 해수부와 함께 31일까지 정부 합동 특별 단속에 나선 배경이다.

□ 중국 어선들이 우리 바다로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하는 건 대륙 근해에선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수산물 자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황금어장이다. 코로나19 기간 중 우리가 감염을 우려해 나포보단 퇴거 위주로 단속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젠 서해나 남해뿐 아니라 동해까지 중국 어선들의 안방이 될 위기다. 동해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건 700~900척의 중국 유령 선단이 그물을 서로 연결해 통째로 훑어간 탓이란 국제 연구 결과도 있다.

□ 일명 ‘싹쓸이 어구’로 불리는 범장망까지 동원, 아예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는 것도 문제다. 길이 250m, 폭 75m의 초대형 자루 형태의 그물인 범장망은 입구를 상하좌우로 넓게 열어 바닷속에 부설해 놓은 뒤 일정 기간 후 끌어올리는 식이다. 끝부분의 그물코가 2㎝에 불과, 치어까지 모조리 포획하는 불법 어구이다.

□ 우리 어민들이 금어기를 준수하며 소중하게 가꾼 수산자원들을 중국 어선들은 불법으로 쓸어가고 있다. 해양 주권을 침해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중국에 대해선 엄중 경고하고 강경 대응해야 한다. 이런 상황인데 대통령 후보였던 제1당의 대표가 “중국에도 셰셰(감사하다는 뜻) 대만에도 셰셰하며, 상관 말고 잘 지내면 된다”고 한다. 우리가 가만히 있고 싶어도 끊임없이 우릴 괴롭히고 먼저 도발하는 건 중국인데 한국 정부가 ‘집적’거렸다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건 사실에도 어법에도 어긋난다. 중국 관영 매체들만 신이 났다. 집적거린 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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