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장 'BTS, 인문학 향연'
영문학을 전공한 60대 인문학자가 한류를 연구하다 방탄소년단(BTS)의 팬인 ‘아미’가 됐다. 수많은 K팝 스타들 가운데 왜 BTS일까. 이는 BTS가 K팝 그룹들 중에서 어떻게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BTS, 인문학 향연'의 저자 박경장씨는 BTS의 음악에 담긴 인문학, 특히 문학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BTS의 성공 스토리를 풀어낸다.
BTS의 앨범 ‘윙스(Wings)’는 성장소설의 고전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출발했다. 수록곡 중 현현(顯現)으로 번역되는 ‘에피퍼니(Epiphany)’는 20세기 영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저자는 BTS의 ‘시차(Parallax)’ 또한 “조이스의 대작 ‘율리시스’의 주요 유도동기(leitmotive·음악이나 시의 주제를 담은 악구나 구절)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방탄의 강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BTS의 음악에서 내 석박사 논문이 소환되니 어찌 목까지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탄성을 내지른다.
저자는 BTS의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 등을 부지런히 뒤지며 시인 T.S. 엘리엇의 자취를 찾고,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이론을 발견하면서 “BTS 예술의 광대함과 섬세함은 이룰 말할 수 없었다”고 예찬한다. BTS와 아미의 관계를 텍스트의 의미를 독자의 반응에서 찾는 ‘독자반응비평’ 이론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BTS의 데뷔 앨범부터 군입대 전 발표한 앨범까지 주요 수록곡의 가사와 리듬, 뮤직비디오를 두루 살피며 이들의 음악을 보다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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