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 신분으로 주호주대사에 부임해 논란이 일었던 이종섭 대사가 임명 25일 만에 사임했다. 임명 당시부터 수많은 비판이 일었으나 여론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뒤에야 물러났다. 이제라도 민심을 받아들인 것은 다행이나, 애초 출국금지된 피의자를 공관장직에 임명한 것부터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전 대사는 어제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 이 전 대사 논란은 임명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 장관이던 이 전 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뒤 출국금지, 국방부 압수수색까지 실시됐다.
이 때문에 그의 호주대사 임명은 대통령실의 채 상병 수사 외압 개입을 은폐하기 위한 ‘피의자 도피’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법무부의 무리한 출국금지 해지, 신임장도 챙기지 못해 복사본을 들고 출국한 모습, 여론 악화에 따른 공관장 회의 참여 명분의 급작스러운 귀국 등 원칙을 벗어난 행보가 이어졌다. 처음부터 이 전 대사가 사퇴하지 않으면 풀릴 수 없는 문제였다.
‘이종섭 사태’는 대통령실과 여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당 지지율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후에야 장동혁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대통령실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고 인정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앞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 대통령실은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이런 자세로는 민심만 악화할 뿐이다. 공수처의 수사독립을 철저히 보장하고, 공수처도 절차대로 진실을 남김없이 밝혀내길 바란다.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겪은 고초를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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