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에서 구조된 33개월 아이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거부당한 끝에 숨졌다. 무려 9곳에 전원을 요청했는데 거절됐다. 이런 와중에 의대 교수들은 체력적 한계를 이유로 오늘부터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한다.
30일 오후 4시 30분께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옆 1m 깊이 도랑에 빠져 있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A양은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로 맥박이 다시 뛰기 시작하자, 병원 측은 상급병원 이송을 추진했다. 충북은 물론 대전, 세종, 충남, 그리고 경기까지 9곳의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병상이 없다거나 이송 중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고 한다. A양은 오후 7시 1분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결국 40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들은 이송 거부가 의료공백 사태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경찰과 보건당국은 사고 경위를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도 부산 90대 환자가 심근경색으로 대학병원에 긴급수술 전원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뒤 숨졌고, 대전 80대 심정지 환자는 응급실을 돌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만약 이런 사고들이 전공의 집단사직 영향이 아니라면 더더욱 의대 증원을 거부해선 안 되는 명백한 이유일 것이다.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를 확충하지 않고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나.
갈수록 상황은 비관적이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물리적, 체력적 한계가 온 것 같다”며 오늘부터 근로시간을 재조정하겠다고 했다. 근무시간을 줄여 외래와 수술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비록 “비필수의료를 줄이고 필수의료에 신경을 더 쓰겠다”고 했지만 A양 같은 사고가 더 늘어날 거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평시에도 빈번했던 이런 사고를 전공의가 빠진 지금 인력으로 막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정 모두 조건을 내려놓고 당장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 더 많은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으려면 그것 외에 방법이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