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대상 온라인 여론조사
93% "증원 백지화해야 협상 응할 것"
"정부와 여론의 '의사 악마화'에 환멸"
“상처와 모멸을 받고, 지치고… 의사도 사람입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표를 쓰고 휴학계를 낸 젊은 의사와 예비 의사 1,500여 명이 목소리를 냈다. 설문조사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강고한 비판여론에 숨죽여왔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증원 정책과 수련 환경 등 의료계 현실을 놓고 집단으로 의견을 밝힌 건 처음이다. 결과는 좋지 않다. 응답자 3분의 1은 “더 이상 수련 의사가 없다”고 낙담했다.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의정갈등의 해법 마련이 갈수록 멀어져 가고 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사직 전공의 1만2,774명과 휴학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젊은 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총 1,581명이 설문에 응했다.
응답자들은 예상대로 의대 증원에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무려 64.1%(1,014명)가 증원은커녕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원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31.9%(504명)에 달해 96.0%가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
“전공의 수련 의사가 없다”는 입장도 33.6%(531명)나 됐다. 대부분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반감 이유가 컸다.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다”(87.4%·복수응답),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다”(76.9%) 등이었다. 오랜 투쟁에 “심신이 지쳐서”(41.1%)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응답 역시 적지 않았다.
사태가 해결되면 전공의 수련을 계속하겠다고 답변한 나머지 66.4%(1,050명)도 이들의 93.0%는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복귀 전제로 내세웠다. ‘구체적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도 선결 복귀 조건으로 꼽혔다. 또 73.4%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경질해야 현업에 복귀할 수 있다고 답해 당국을 향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사직이나 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협박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의 1%(15명) 정도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류옥씨는 “(의료계에서) 왕따가 되는 게 두려워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도는데, 전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배 의사들도 후배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내며 정부에 거듭 각을 세웠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은 “왜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를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임 당선인은 의료계에 통일된 대안 마련을 요구한 1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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