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족 붙잡아 총 겨누고 협박"… 러시아가 우크라 병사 간첩 만드는 법
알림

"가족 붙잡아 총 겨누고 협박"… 러시아가 우크라 병사 간첩 만드는 법

입력
2024.04.05 04:30
0 0

병력 배치·작전 개요 등 내부 정보 빼오라 요구
아군 부대 세탁소에 독극물 풀다 체포된 사례도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주포 포탄을 나르고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자주포 포탄을 나르고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억류한 민간인들을 스파이 작전에 대거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점령지 주민들을 인질 삼아 우크라이나 군에서 복무 중인 장병 또는 장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영토 약 20%를 점령하고 주민 수천 명을 포로로 붙잡았다. 자연스럽게 이른바 '제5열'로 불리는 내부 반역자 포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경고다.

러, 점령지 주민 협박해 우크라 장병 스파이로 모집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문건, 실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러시아 측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입수해 이같이 분석했다. 러시아가 점령지 주민이나 포로 등을 상대로 협박부터 회유까지 갖은 방법을 동원, 이들과 혈연 등으로 연결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에게 총구를 겨눈 영상을 텔레그램 메시지 등으로 전송하고는 군 시설이나 병력·무기 배치, 작전 개요 등에 대한 내부 정보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정식 훈련을 받은 전통적인 스파이가 가져오는 고급 정보는 아니지만,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로는 이런 방식의 첩보전도 크게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WP가 인용한 SBU 자료에는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아군 부대 지휘관들이 이용하는 세탁 시설 급수에 독극물을 타려다 적발된 우크라이나군 장병 사례가 기술돼 있다. 그는 반역 혐의로 기소돼 종신형에 처해졌다. 당국 조사 결과, 이 장병은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에서 자신의 부모가 러시아군에 붙잡혀 협박당하자 협력을 약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4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셀리도베의 병원이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돼 크게 부서졌다. 셀리도베=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월 14일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셀리도베의 병원이 러시아 미사일에 피격돼 크게 부서졌다. 셀리도베=로이터 연합뉴스


적발되면 당연히 '반역죄' 처벌… 러시아는 토사구팽

2022년 2월 개전 초기 러시아의 간첩 모집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의 고위 관료는 물론 입법부 의원이나 사법부 인사들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주요 국가 기간 시설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거나 친러 여론전을 수행토록 하는 수법이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체스노'는 개전 약 1년간 1,000명 이상의 친러 협력자들이 색출됐는데 47%가 정치인, 27%는 법관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노골적인 친러시아 성향을 나타낸 의원 4명의 국적을 박탈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방식은 개전 초기만 해도 동부 출신 우크라이나인의 상당수가 러시아와 문화·정서적으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크라이나는 과거 제정 러시아부터 소련 시절까지 러시아와 함께 공유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조력자를 찾는 방식이 어려워졌다고 WP는 전했다. 기존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자 점령지 주민을 첩보전에 밀어 넣게 된 셈이다.

협박에 굴복해 간첩 활동을 벌인 우크라이나인들은 자국에서 처벌받고 러시아에서도 버림받는다고 한다. SBU 관계자는 WP에 "그 사람들(조력자)이 체포되면 러시아 당국은 기본적으로 그들을 잊어버린다"며 "러시아인들은 다른 목표물을 찾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위용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