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5일 우리의 러시아 선박, 개인, 기업에 대한 독자 제재에 대해 이도훈 주러시아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일방적 제재를 가한 것은 비우호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이 "대응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이다. 북러 군사협력 가속화와 대북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훼방 조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에 비추어 러시아의 반발은 강대국의 전형적인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측은 앞서 2일 러시아 선박 2척과 개인 2명을 우리의 독자적인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해당 러시아 선박들은 다량의 컨테이너로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보기술(IT) 인력 등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데 대해서도 우리 측은 제재조치를 취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미국의 후원을 받는 한국의 잘못으로 양국 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비생산적이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강압적 조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견된 북한제 포탄 등 숱한 증거에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기만과 발뺌으로 일관해 온 러시아다. 더욱이 최근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유엔 대북 제재 감시기구가 와해됨에 따라 북한의 핵· 미사일 폭주를 사실상 용인하게 된 판이다.
이런 상황에 러시아가 되레 한국의 책임을 문제 삼는 태도는 수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러시아를 온전히 적대시할 수 없는 데는 향후 북한은 물론 동북아 정세 관리와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호 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도 대러 독자 제재를 하면서 “북러 협력이 국제법과 우리 안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러시아의 합당한 노력을 촉구하는 등 선을 긋는 모습이다. 러시아 역시 우리를 비난하면서도 안보 침해 부인 등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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